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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CES 정전(停電)이 주는 두가지 교훈

-사고는 항상 디지털이 알지 못하는 0과 1 사이의 모호한 아날로그 세상에서 일어난다

오동희의 思見 머니투데이 라스베이거스(미국)=오동희 산업1부장 |입력 : 2018.01.11 20:17|조회 : 6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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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미국 현지시간) 국제가전전시회(CES)가 열린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의 센트럴홀(중앙전시장)과 사우스홀(남쪽 전시장)이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모든 첨단 장비들이 동작을 멈추고, 암흑으로 접어들었다./사진=김남이 기자
10일(미국 현지시간) 국제가전전시회(CES)가 열린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의 센트럴홀(중앙전시장)과 사우스홀(남쪽 전시장)이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모든 첨단 장비들이 동작을 멈추고, 암흑으로 접어들었다./사진=김남이 기자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첨단 기술의 미래를 보여주는 자리이면서, 그 미래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도 함께 전하는 자리다.

이번 CES는 첨단 기술을 보여주는 것과 관련해선 '서로 발톱을 감췄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핵심기술들은 드러내는데 소극적인 전시회라는 평이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경고 측면에서는 지난 50년보다 더 큰 의미를 전달해준 해로 기억될 듯하다.

CES 2018 개막 이틀째인 10일 국제가전전시회 51년 역사상 처음이자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행사장의 대규모 정전 사태가 2시간 가량 벌어졌다. 디지털 세상에서 전기신호가 멈췄을 경우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를 CES 전시회 행사장이 직접 보여준 하루였다.

내로라하는 전세계 최첨단 기술 경연장에서 모든 시스템을 다운시킨 원인이 빗물 누수로 인한 변압기의 누전 때문이라는 것은 아이러니다.

이번 일은 우리에게 두 가지 주의 메시지를 보냈다.

첫째는, 큰 사고는 디지털이 모르는 '모호한' 아날로그의 그 어느 지점에서 생긴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자율 주행 등 4차산업혁명 시대에 소비전력(에너지 스토리지)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

0과 1로 이뤄진 디지털이 모든 것을 세상에 가져다 줄 것 같지만, 사고는 항상 0과 1 사이의 아날로그 세상에서 일어난다. 0과 1이 아닌 그 둘 사이의 연속적인 모호한 경계선이 아날로그의 세상이다. 이 아날로그 세상은 디지털이 궁극으로 닮아가고자 하는 세상이지만, 결국 다다르지 못하는 이상향(유토피아)이기도 하다.

유(1)와 무(0)로 주관이 뚜렷한 디지털과 달리 아날로그는 0도 1도 아닌 지점이 있고, 그것들의 연속이다. 이는 디지털이 알지 못하는 세상이자, 디지털 너머의 세상이기도 하다. 그 어느 경계 지점에서 아날로그적으로 일어난 사고가 이번 최첨단 전시에서의 정전이다.

사실 지난 8일과 9일 이틀 동안 라스베이거스에 내린 비는 우리나라로 치면 그냥 흔한 수준의 비였고, 강수량도 50mm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빗물이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지붕에 누수를 일으키고, 그 다음날 배전반에 누전을 만들어냈다.

0과 1로 촘촘히 짜여진 디지털 그물망 사이의 빈틈으로 '0.27이거나 0.31, 혹은 0.73일 수도 있는 그 모호한 아날로그 신호인 빗물이 새어 들어간 것이다. 전기선과 전기선으로 명확하게 구분돼 있는 디지털 세상에 빗물이라는 아날로그 회로가 만들어져 두 전선 사이를 이어준 게 이번 누전의 원인이다.

정전이 되자 인공지능이든, 자율주행이든, 첨단 로봇이든 한순간 무용지물이 됐다. 아날로그의 예기치 않은 침범(혹은 감염)이 세상을 이어주던 네트워크인 와이파이까지 동시에 멈추게 하고, 최첨단 전시장을 블랙아웃시켰다.

1780년대 개량화된 와튼의 증기기관으로부터 부흥한 메카닉(기계학)의 시대는 그 이후 공작기계를 통한 산업화와 증기 기차나 자동차 등 운송 수단의 밑거름이 됐다. 그 메카닉의 시대는 1947년 윌리엄 쇼클리 등 3인의 엔지니어가 미국 동부의 AT&T 연구소 벨랩에서 발명한 트랜지스터 반도체로 인해 일렉트로닉스(전자공학)에게 시대의 주인 자리를 물려줬다.

메카닉의 시대에서 일렉트로닉스의 시대로 변화했다는 것은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시대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사물의 제어가 인간 육체의 근력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전력과 신호에서 나오는 시대다.

이런 디지털 시대는 우리의 삶의 방식과 질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았다. 그리고 지금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일을 대신할 인공지능 로봇과 자율주행 등 새로운 변혁기를 앞두고 있다. 그런 미래가 물이 샌 것만으로 블랙아웃이 됐다는 것은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

이번 CES는 디지털이 아날로그에 의한 감염(?)에 얼마나 취약하며, 피해가 생길 경우 그 여파가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과거의 메카닉 자동차는 "내가 물리적으로 기어를 넣지 않는다"면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전자화되고 네트워크화된 자동차는 운전자가 알지 못하는 전기적 신호가 어떤 형태의 눈에 보이지 않는 외부적 원인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

과거 청소기는 사람이 손으로 직접 움직이지 않으면 청소를 할 수 없었지만, 인공지능 기능을 탑재한 청소기는 알아서 청소를 할뿐더러 자신에게 에너지가 부족하면 스스로 충전할 위치를 찾아 배를 채운다. 디지털 시대의 충격과 여파는 아날로그 시대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광범위하게 일어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화석연료를 태워서 힘을 얻던 시대에서, 전기를 통해 세상을 움직이는 시대에는 에너지의 효율성과 대용량 에너지 저장기술의 중요성이 그 어느 시기보다 높아졌다는 점도 이번 CES의 정전이 보여준 대목이다. 전력선으로 연결된 전력이 사라지면서 세상을 연결한 모든 연결이 끊기고, 기기가 멈췄다.

이날 현장에 있던 한 참가자는 전기가 나가는 순간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에 당혹해 하고, 힘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 뒤에 비로소 찾아온 여유를 느꼈다고 말했다. 우리가 향해 가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디지털 세상은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끊임없이 이런 아날로그 세상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오동희 부국장 겸 산업1부장
오동희 부국장 겸 산업1부장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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