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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고통이 그대로"…아픔 서린 남영동 대공분실

영화 '1987' 주무대…개봉 후 방문객 5배 증가 "대공분실 민간으로" 청원운동…경찰 "협의할 예정"

뉴스1 제공 |입력 : 2018.01.1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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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전민 기자 =
고 박종철 열사 사망 31주기 하루 전인 13일 서울 용산구 옛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의 모습 2018.01.13/ 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고 박종철 열사 사망 31주기 하루 전인 13일 서울 용산구 옛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의 모습 2018.01.13/ 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건물 안이라 춥지도 않은데 싸하고 오싹한 느낌이 들었어요. 여기서 얼마나 많은 울부짖음과 고통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서울 한복판인 용산구 갈월동에 위치한 남영역에는 1호선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활기를 띤 역에서 불과 2분 거리에 있는 골목길에 7층짜리 검정색 벽돌건물이 우뚝 서 있다. 수많은 민주열사들이 갖혀 고문당한 옛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이다.

2005년부터 경찰청 인권센터로 운영되고 있는 남영동 대공분실은 1987년 1월14일 고(故) 박종철 열사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고문을 당하며 목숨을 잃은 곳이다. 박 열사의 31주기를 앞두고 찾은 이 건물에서는 공권력의 무자비한 탄압에 스러져간 민주화 운동가들의 흔적을 만날 수 있었다.

정문 관리사무소에는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방문객들이 방문증을 발급받고 있었다. 경찰청 인권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하루 평균 15명 내외 수준이던 방문객이 영화 '1987' 개봉 후 5배가량 늘었다고 한다.

검은 벽돌건물 1층에는 현재 인권센터 역사관과 홍보관·인권교육장이 자리 잡고 있다. 1층 한켠에는 기괴해 보이는 나선형 계단이 있다. 1층부터 5층까지 한번에 오르내릴 수 있는 나선형 계단은 피조사자들이 방향감각을 잃게 하기 위해 설계됐다고 한다. 성인 한명이 겨우 움직일 수 있는 넓이의 어두운 철제 계단을 오르내릴 때 마다 음산한 쇳소리가 났다.

서울 용산구 옛 남영동 대공분실의 나선형 계단. © News1 전민 기자
서울 용산구 옛 남영동 대공분실의 나선형 계단. © News1 전민 기자

긴 계단을 오르고 나면 15개의 조사실이 위치한 복도가 나온다. 지그재그로 15개의 조사실이 자리 잡은 복도에는 음산하고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조사실 중 박 열사가 고문을 받다가 숨진 9호만 원형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박 열사가 숨진 9호실에는 박 열사의 영정사진, 책상과 침대, 물고문이 자행된 욕조를 볼 수 있다.

9호실을 제외한 조사실들은 모두 2000년대 초반 리모델링됐다. 다만 간신히 햇빛이 스며드는 비좁은 창문만큼은 민주화 운동에 대한 탄압이 이뤄지던 그때의 모습 그대로다. 조사실 안에서 문을 닫으니 방안을 둘러싼 방음벽과 창문이 공포감을 불러낸다.

'1987' 영화를 관람하고 현장을 직접 보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는 대학생 정모씨(26)는 "창문이 작게 만들어진 것이 답답함이 느껴지고 당시 조사를 받던 사람들에게 굉장히 큰 영향을 줬을 것 같다"면서 "건물 자체가 어두워 보이고 건물 주변이 조용해서 그런지 더 음산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며 소감을 전했다.

9일 영화 '1987'의 배경인 옛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에 고(故) 박종철 열사가 숨진 조사실이 추모 공간으로 마련돼 있다. 2018.1.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9일 영화 '1987'의 배경인 옛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에 고(故) 박종철 열사가 숨진 조사실이 추모 공간으로 마련돼 있다. 2018.1.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조사실에서 한층 내려가면 박종철기념관이 있다. 4층 기념관에는 박 열사가 생전에 사용하던 기타와 유품이 전시돼 있다. 또한 당시 시대상황을 엿볼 수 있는 신문기사와 영등포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이부영 전 의원이 박 열사 사건의 진상을 알리는 편지를 볼 수 있다.

기념관에서 만난 이지연씨(46·여)는 "그동안 사는 게 바빠서 현대사에 이런 비극이 있었다는 것을 잊고 살았다"면서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곳을 관람하면서 다시는 이런 역사가 반복되지 말도록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그는 "박 열사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이 현재의 민주주의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면서 "이 장소가 잘 보존돼서 후손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중학생 아들의 손을 잡고 방문한 김재선씨(45·여)는 "마치 서대문형무소와 같이 암울하고 어두운 느낌이 들었다"면서 "같은 민족, 같은 나라 사람에게 이렇게 잔인한 일을 자행했다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고 방문 소감을 말했다.

한편 사단법인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와 박 열사의 대학 동문들은 남영동 대공분실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자는 국민청원 운동을 하고 있다. 박 열사를 숨지게 한 경찰이 인권센터라는 이름으로 대공분실을 관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취지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13일 경찰 지휘부와 함께 이곳을 찾아 박 열사를 추모한 뒤 "(건물 이관과 관련해) 실정법이 허용하는 법에서 시민단체들과 협의하면서 그분들의 뜻에 부합하고 공간이 유익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머리 맞대고 노력할 것"이라며 "14일 추도식 행사가 끝나면 유족, 시민단체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철성 경찰청장을 비롯한 지휘부가 박종철 열사 31주기를 하루 앞둔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옛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을 방문, 박종철 기념 전시실을 둘러보고 있다. 2018.1.13/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이철성 경찰청장을 비롯한 지휘부가 박종철 열사 31주기를 하루 앞둔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옛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을 방문, 박종철 기념 전시실을 둘러보고 있다. 2018.1.13/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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