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가상통화 규제 혼란…일본의 대응은

서울 중구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한 시민이 시세 전광판을 보고 있다. /사진=뉴스1

국내 가상통화 규제가 일관되지 않은 정부 대책으로 혼선이 빚어진 가운데 가상통화 시장 급성장을 경험하고 있는 일본의 대응이 주목된다. 일본은 가상통화에 대한 최소한의 규범을 마련해 가상통화 시장의 육성과 규제의 균형을 도모한다는 입장이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한국은행은 14일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에서 이 같은 내용의 '일본 가상통화 규제 동향'을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가상통화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엔화와 비트코인 간 거래는 전 세계 비트코인 교환의 약 30~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품 구입 후 가상통화로 결제할 수 있는 점포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당국도 가상통화 규제에 나섰다. 일본의 규제 방향은 "최소한의 규범을 마련해 가상통화시장의 육성과 규제의 균형을 도모한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일본은 지난해 4월 시행된 개정 자금결제법에서 가상통화를 '불특정인에게 대금지급을 위해 사용하거나 엔, 달러 등 법정통화와 상호 교환하거나 전자적 기록으로 이체할 수 있는 재산적 가치'로 규정했다. 다만 법정통화나 법정통화 표시 자산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가상통화 거래소(교환업자)의 금융청 사전 심사와 등록을 의무화했다. 가상통화 거래소는 자본금과 순자산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 이용자에 대한 정보 제공, 이용자 재산의 분리 보관, 거래 시 본인 확인, 재무제표 외부감사 의무 등도 함께 부과했다.

/자료=한국은행

지난해 12월엔 국세청이 가상통화에 대한 과세 방침을 구체화했다. 가상통화를 통해 얻은 이익을 종합과세 대상 기타소득(잡소득)으로 규정하고 관련 소득이 20만엔을 초과하는 경우 자진 신고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또 기업회계기준위원회에서 가상통화 관련 회계기준 초안을 공개했다. 가상통화를 재산적 가치가 있는 자산으로 계상 가능하며 거래가 활발한 비트코인 등은 시가로,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가상통화의 경우 장부가로 평가한다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과도한 가격변동의 주요인으로 지적되는 레버리지 거래 규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시세 조작, 내부자 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는 업계의 자율규제 노력을 지켜보면서 추후 규제 여부를 검토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의 이같은 대응은 지난주 한국 법무부가 밝힌 가상통화 거래 금지와 거래소 폐지 추진 입장과는 대조적이다.

주요국의 가상통화 규제 움직임을 보면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가상통화 규제를 위해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여했다. 또 미국, 영국, 독일, 일본은 가상통화에 자산관련세법을 적용하고 있다. 독일과 싱가포르는 가상통화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미국과 싱가포르는 증권법을 적용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가상통화 거래를 금지했다.

다만 일본의 규제 방향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안정적인 가상통화시장을 형성하고 발전을 도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실효성이나 역효과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은은 "가상통화의 규제 노력이 공적 보증 신호로 오인됨으로써 투기나 소비자 피해를 키울 소지가 있고 세원 포착이 어려운 가상통화의 특성을 감안할 때 납세 신고 회피나 과소 신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일각의 평가를 소개했다.

또 "업계의 자율규제만으로는 시세 조작, 내부자 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를 충분히 방지하기 어려울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