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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비닐봉투, 종이컵…불법에도 24년째 너도나도

[불법? 단속 없으면 합법인 세상 ⑤] 일회용품 무상제공 못하게 해도, 현실은…

머니투데이 진달래 기자, 한민선 기자 |입력 : 2018.01.17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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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익숙한 '일상 속 불법'들이 사회 곳곳에 퍼져 있다. 당국이 사실상 방치하는 탓에 사람들이 범법행위를 하면서도 죄의식마저 느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거대한 구조 악(惡) 척결뿐만 아니라 이같은 '생활적폐'를 개선하려는 노력도 우리 사회의 품격을 한단계 높이기 위한 중요한 과제다. 적합한 단속 방침을 세우거나 현실에 맞게 법제도를 바꾸는 등 다방면으로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서울 중구 한 편의점에는 계산대 옆에 일회용 봉투가 비치돼있다.  /사진=한민선기자
서울 중구 한 편의점에는 계산대 옆에 일회용 봉투가 비치돼있다. /사진=한민선기자

# 서울에 있는 한 무인편의점 계산대 옆에는 일회용 봉투가 비치돼 있다. 편의점 직원은 "봉투를 유상으로 제공해야 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무인 편의점에 그런 판매 시스템까지 도입하기 힘들다"며 "필요한 손님 누구나 가져갈 수 있게 뒀다"고 말했다.

# 서울 용산구 한 프랜차이즈 카페 한쪽에는 종이컵이 잔뜩 쌓여있다. 원하면 누구나 쓸 수 있도록 했다. 음료를 주문할 때 머그잔 사용에 관해 안내하는 직원도 없고 안내판도 없다.

음식점, 카페 등에서 일회용품을 손님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모습은 일상적이다. 환경 보호를 위해 음식점 등이 일회용품을 무료 제공하지 못하도록 한 법률이 존재하고 시행된 지도 약 24년이다. 환경단체 등은 그간 현실에서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렀다고 지적한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제10조 1항은 일반음식점영업을 포함한 식품접객업 사업자가 "일회용품의 사용을 억제하고 무상으로 제공하지 아니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유상 제공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보려는 법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는 소비자들의 '공짜 일회용품' 요구에 사업자들이 불법을 감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업체의 일회용품 사용 관련 단속을 담당하는 서울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무상으로 일회용품을 받았던 예전 기억이 남아 있어서 돈을 내라고 하면 저항하는 경우가 많다"며 "단속에 나가면 사업자들이 그런 고충을 털어놓는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아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니 단속도 제대로 안 된다. 서울은 담당자가 구청별로 1명 정도 있지만 이 업무만 담당하지 않는다. 서울 마포구청의 경우 지난해 과태료를 딱 한 번 부과했다. 당시 과태료 50만원을 부과받은 음식점은 아직 미납상태로 지금도 여전히 일회용품 접시를 사용 중이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지자체들이 단속 횟수를 늘릴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단속만으로 해결이 어렵다는 의미다.

업체의 자발적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환경부가 2002년부터 시행한 '일회용품 사용줄이기 자발적 협약'도 제 효과를 못 내고 있다.

협약을 맺은 업체는 다회용컵을 사용하면 할인을 해주는 등 소비자에게 다회용품 사용을 권하는 대신 일회용품을 무상 제공할 수 있다. 현재 프랜차이즈 업체 등 17군데와 협약을 체결했다. 다회용품 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협약이지만 '일회용품 무상제공'이라는 이득만 챙기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서울 중구에 한 패스트푸드 매장에는 아예 다회용컵이 없다. 이 프랜차이즈 업체는 협약을 맺었지만 애초 지킬 수 있는 환경을 안 갖춘 셈이다. 협약 체결 업체에서 일했던 정모씨(23)는 "머그컵 사용을 유도하라고 교육은 받았지만 권고사항이지 의무사항은 아니다"며 "손님에게 머그컵 사용 유도 안내를 안 한다고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원재활용법이 힘을 못 쓰는 동안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과 폐기는 환경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 연간 일회용컵 사용량은 230억개가 넘고 이 중 재활용 비율이 1.4%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1인당 일회용컵 사용을 1개씩만 줄여도 하루 350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는 게 환경부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 단속 강화, 협약 제도 개선, 홍보 활성화는 물론 주변 여건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회용품 가격 자체를 올리자는 제안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소비자 사용억제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일회용품이 비싸면 재사용을 유도할 수 있다"며 "독일처럼 일회용품을 반환했을 때 일정 금액을 환불 해주는 정책과 같이 운영하면 반납률이 높아지고 소각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자원을 재활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진달래
진달래 aza@mt.co.kr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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