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0개 기업 코스닥 상장 길 열려…기업가치 제값 받을까?

"코스닥 중소형 공모주를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키려면 자체적으로 기업가치 산정을 하기에는 품이 많이 들고 투입자금 대비 배정물량은 지나치게 적다."(A 투자자문사 대표)


코스닥 시가총액 312조원(19일 기준) 가운데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 보유분(펀드)은 각각 1%, 3.7% 선으로 추산된다. 외국인 보유분(13%)에 크게 못미친다.

지난해 말 기준 코스닥 시장 거래비중은 △개인 90% △기관 4% △외국인 6%를 기록했다. 반면 코스피시장 거래비중은 △개인 50% △기관 20% △외국인 29%를 차지했다.

이 같은 현상은 코스닥에 신규 상장하는 공모주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지난해 상장한 공모규모 200억원 이내 중소형주 25개의 경우 외국인 보유비중이 1%도 안되는 종목이 절반 이상이다.

지난해 코스닥 IPO(기업공개) 공모규모는 3조5258억원으로 코스닥 개장 이후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지만 대형주 쏠림현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코스닥 공모 '톱5'인 '셀트리온헬스케어(1조87억원), 제일홀딩스(4219억원), 스튜디오드래곤(2100억원), 티슈진(2025억원), 펄어비스(1854억원) 등 5개 기업의 공모액이 전체의 57.5%를 차지했다.

신규상장 54개사 중 46%에 해당하는 25개사는 공모규모가 200억원 이내였고 이중 4개사(영화테크·세원·상신전자·앱클론)는 공모규모가 100억원을 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대외인지도가 낮은 코스닥 중소형 공모주는 공모 흥행을 염두에 두고 공모가를 낮게 책정한다. 기관투자자들은 이들 종목의 공모물량을 받더라도 장기 보유 목적보다는 수급을 활용한 단타 매매에 주력한다.

이에 따라 대다수 중소형 공모주는 기관 포트폴리오에 편입되지 못하고 상장 후 1-2개월 안에 기관에서 개인으로 손바뀜된다. 또 개인 비중이 높은 종목은 가격 변동성이 심해 기관이 더더욱 기피하는 종목으로 고착된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모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공모가를 조금만 올려도 투자자 반응이 좋지 않기 때문에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들이 가격을 보수적으로 책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관사가 공모가를 실제 가치보다 낮게 책정하면 기업 입장에선 자금조달 비용을 높게 지불하는 셈이 된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공모시장의 기형적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장 규모를 키우는 한편 기관투자자들이 팔고 떠나는 시장이 아니라 바스켓에 담은 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장으로 거듭나야 한다.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지난 11일 발표한 '자본시장 혁신을 위한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에 3000억원 규모의 '코스닥 스케일업(Scale-up)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또 기관의 단타 매매를 방지하기 위해 코스닥 기업 투자 비중이 50% 이상인 코스닥 벤처펀드에 코스닥 공모주 물량의 30%를 우선 배정하는 방안도 포함시켰다.

이 연구위원은 "그동안 코스닥 IPO는 기관투자자가 실수요자가 아닌 시장이었다"며 "코스닥의 고질적인 문제를 당장 풀 수는 없지만 기관투자자 참여가 높아질수록 코스피와 차별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완화된 상장 요건…코스닥 살리는 마중물 될까=이밖에 금융위원회는 코스닥 활성화 방안에 상장 요건 중 계속사업이익과 자본잠식 등을 없애는 방안을 담았다. 이에 따라 약 2800개 비상장 기업이 잠재적 상장대상으로 바뀔 전망이다.

또 적자기업 상장 요건 역시 실적이 우수한 주관사나 코넥스 이전상장에 한해 풋백옵션 부담을 완화했다. 시장에선 상장요건 완화를 반기는 분위기지만 거래소가 심사기준을 어떻게 적용할지, 상장기업에 대한 시장 평가가 긍정적일지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완화된 심사요건을 적용받아 상장한 기업이 과연 시장에서 원하는 기업가치를 받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또 "적자기업이나 자본잠식 기업의 미래가치를 거래소에서 어느 선까지 인정할지, 시장과 소통 가능한 수준에서 인정해줄 지에 따라 제도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혁신기업의 코스닥시장 상장을 지원하기 위해 심사기준을 과거 이익중심에서 미래 성장성 중심으로 바꿀 방침"이라고 밝혔다.

◇코스닥 문턱 낮출수록 위축되는 코넥스…"구제방안 찾아야"=지난해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 기업은 총 7개사다. 이들은 IPO 공모 절차를 통해 472억원을 조달했다. 코넥스는 2013년 개장 후 5년간 32개사를 코스닥으로 이전상장 시켰다. 그러나 지난해 코넥스에 신규 상장한 기업 수는 29개사로 시장 개장 후 처음으로 전년대비 감소했다.

코스닥이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동생'인 코넥스의 동반 성장이라는 전제조건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코스닥 공모시장이 활기를 띠고 적자기업에도 문호를 개방하는 등 문턱을 낮추자 코넥스를 찾는 기업 수가 되려 감소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 문턱을 낮출수록 기업이나 상장주관사 입장에선 굳이 코넥스를 거쳐 코스닥으로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도 코넥스 신규 상장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코넥스 기업이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할 경우 인센티브를 더 주는 방안 등 코넥스 활성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