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格) 다른 경영, 준오헤어의 성공 스토리에서 배우자

2018년 시무식에 참석한 준오헤어 전 직원 / 사진제공=준오헤어

국격, 인격, 품격 등 우린 자주 ‘격(格)’에 대해 논한다. 하지만, 이를 갖추는 건 쉽지 않다. 김진영 연세대 의대 의학교육학과 교수·세브란스병원 창의센터장은 사람, 태도, 건물 등 대상이 무엇이든 격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은 3가지라고 말한다. 첫째, 숙성 시간이다. 즉 격이란 서두르거나 들볶는다고 해서 빠른 시간 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둘째, 태도다. 스시 장인을 예로 들면, 진정한 장인은 돈을 벌기 위해 스시를 만들지 않는다. 고객에게 최고의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만 정성을 다한다. 셋째,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아는 극히 절제된 행위’다. 모자란 듯, 부족한 듯, 과분하지 않은 격은 있어도 넘치는 격은 없다.

‘경영’에도 격이 있다. 그렇다면 격이 있는 경영을 하는 대표기업은 어디일까?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도 있겠지만, ‘준오헤어’도 그 중 하나다. 준오헤어는 창업 초기부터 격이 다른 경영을 추구해왔다. 그 결과, 매출, 이익 등 경영성과는 독보적인 1위로 경쟁사들보다 압도적으로 앞서고, 동네 미용실에서 시작해 이제는 직원 2900여명, 150여개 직영 매장을 가진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또한 글로벌을 무대로 보폭을 넓히고 있으며, ‘500년 기업’을 모토로 경쟁자들이 모방하기 힘든 ‘격의 경영’을 한층 더 높이 추구하고 있다. 격의 경영이란 관점에서 시사점을 3가지로 짚어보자.


첫째, ‘인재경영의 격’을 높였다. 강윤선 준오헤어 대표는 직원들에게 항상 ‘최고가 되겠다고 결심하라!’고 말한다. 그녀가 1993년 집을 팔아 마련한 1억5000만원으로 직원 16명과 함께 세계 최고의 헤어 전문 교육기관인 영국 비달사순아카데미로 연수를 갔던 일은 유명한 일화다. 준오헤어의 인재경영의 격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이후 세계 수준의 선진 미용 기술뿐 아니라 서비스, 인성, 리더십 교육을 함께 실시하고 독서경영을 도입함으로써 고객들을 대하는 직원들의 격을 높이고, 인재경영의 격 또한 높였다.

이러한 노력은 곳곳에서 결실을 맺었다. 준오헤어는 글로벌 헤어그룹 ‘웰라’가 뽑은 ‘세계 10대 헤어 브랜드’에 선정(2005)되고, 웰라 주최 ‘인터내셔널 트렌드비전 어워드’에서 7년 이상 한국 대표로 출전해 53개국 대표 중 1등(2007)을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또한 2015년 오픈한 세계적 수준의 준오아카데미는 아시아 미용 교육의 허브로 발돋움했고, 비영어권 최초로 사순 아카데미 스쿨커넥션 프로그램을 유치, 영국에 가지 않아도 준오아카데미에서 비달사순 디플로마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주최하는 헤어 전문점 브랜드평판 빅데이터 조사결과 수회 1위(2016, 2017)를 차지하고, 한국산업 브랜드파워 헤어･뷰티브랜드샵 부문 2년 연속 1위(2016, 2017), HDI 인간경영대상 수상(2017) 등의 성과도 거뒀다.

둘째, ‘혁신의 격’을 높였다. 세계적인 경영 대가 게리 하멜(Gary Hamel)에 따르면 혁신에도 ‘급(級)’이 있다고 한다. 가장 밑에는 ‘운영 혁신’이 있다. 이는 조달·판매·유통·서비스 채널 등의 혁신으로 경쟁사가 쉽게 모방할 수 있다. 다음 단계는 ‘제품 혁신’이다. 스마트폰 등 최첨단 제품이 해당되며, 이러한 경쟁력은 6개월~1년을 버티다 사라진다. 다음 단계는 ‘비즈니스 혁신’이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전혀 다른 방법의 혁신이다. 페이스북, 이케아, 자라 등이 있다. 그 다음은 ‘업계 구조 혁신’이다. 업계 전체를 뒤집는 혁신으로 애플은 아이팟과 아이튠즈를 통해 음반시장 업계 구조를 재편했다. 혁신 사다리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것이 ‘관리 혁신’이다. 이는 회사 관리자(manager)들이 일하는 방식, 의사결정구조, 조직문화 등을 바꾸는 것이다. 이러한 혁명은 한 기업을 거꾸로 뒤집어 탈탈 터는 듯한 강력한 파장을 미치며 경쟁사들이 모방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조직 자체에 창의성을 불어넣으면 새로운 기술과 제품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이다. 따라서 혁신을 북돋우고 꽃피우게 하려면 ‘관리 혁신’이 필요하다.


준오헤어는 다양한 방법으로 관리 혁신을 추구해왔다. 업계 최초로 전문 경영인 체제를 성공적으로 도입했고, 100% 직영 체제로 ‘중앙집권적 체제’를 유지하는 한편, 매장이 재량권을 가지고 차별화된 전략을 추진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통일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발휘했다. 매장의 원장은 준오헤어 경력만 10년 이상이면서 후배의 역량을 살려줄 희생정신과 리더십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선발하고, 본사와 각각 투자와 수익을 50대 50으로 나누는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주에 필적하는 열정과 긍지를 갖게 한다. 또한 원장과 매니저들의 평균 연령은 경쟁사 대비 상당히 젊다. 그래서 트렌드를 캐치하는 역량이 높고 움직임이 빠르다.

또한 본사 경영진과 매장의 가교 역할을 하는 본부장 제도를 도입해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원장들 중 성과가 높고 리더십이 뛰어난 인재들을 본부장으로 선발해 지역 별 매장들을 총괄하게끔 했다. 이들 역시 젊다. 경영진의 권한은 상당부분 본부장에게 임파워먼트했다. 임파워먼트란 단순한 권한위임이 아닌, 스피드가 요구되는 시대에 통제중심의 조직문화에서 벗어나 자율과 몰입 중심의 조직문화로 옮겨가는 경영혁신방법론이다. 준오헤어는 고객과 가장 가까운 현장에 재량권을 부여함으로써 구성원을 능동적, 자율적으로 일에 몰입하게 했고, 이는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세상 변화에 맞춰 실시간으로 혁신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젊고 빨라야 한다. 소니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과정이 다른 기업보다 늦었다. 이유는 의사결정을 하는 최상층 경영진이 대부분 50대 이상으로, 아날로그와 하드웨어 세대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디지털과 소프트웨어를 이해하기 힘들다. 준오헤어는 세상 변화를 빠르게 캐치하는 젊은 인재들을 파격적으로 등용함으로써 관리 혁신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있다.

셋째, ‘기업문화의 격’을 높였다. 준오헤어의 각종 행사에 참가해 본 사람이라면 마치 ‘광신도 집단’과 같다고 느낄 것이다. 외빈도 참석이 가능한 시무식의 경우 매년 흥미 있고 독특한 콘셉트로 전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단합을 유도하는 문화를 만들어 화제가 되고 있다. 2018년 1월 3일 진행된 시무식엔 협력업체 임직원 200여명과 2,900여명의 ‘준오맨’들이 참석했고, 강한 결속력을 보여줬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의 저자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의 조직문화는 마치 광신도 집단과 같다고 말했다. 조직 충성도가 높고 결속력이 강할수록 위대한 조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준오헤어가 바로 그러하다.

기업문화의 격을 높인 비결은 ‘자부심’에 있다. 매년 대관료만 수천만 원씩 들여 시무식을 여는 것도 직원들 사기 진작과 자부심 함양을 위해서다. 2018년 시무식에서도 장기근속상인 ‘10년지기상’과 회사의 성장에 공헌한 직원들을 위해 ‘하이퍼포머상’, ‘준오인상’, ‘Top 10 매장상’, ‘준오대상’ 등을 시상함으로써 자부심을 높였다. 강 대표는 “저 강윤선은 알아요. 2017년 한 해, 여러분이 얼마나 애썼는지, 얼마나 노력했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정말 수고했어요! 저는 여러분이 너무 자랑스러워요!”라고 말하며 직원들을 치하했다. 직원들의 자부심은 행복으로 이어지고, 고객에게 자부심과 즐거움, 행복을 선사하며 격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순환으로 작용한다. 준오헤어의 강력한 기업문화는 경쟁사들이 모방하기 어려운 숙성된 격을 형성하고 있다.

준오헤어는 지난 35년간 3가지 격(인재경영의 격, 혁신의 격, 기업문화의 격)을 구축해왔고, 이는 경쟁사들이 넘볼 수 없는 강력한 경쟁우위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준오헤어는 지난해 해외 프랜차이즈 1호점(중국 광동성 동관)을 오픈했고, 준오아카데미를 통해 해외 미용인 3505명(대만, 홍콩, 중국, 베트남, 미국,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을 교육했다. 그리고 올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으로 해외사업을 확장하고, 중국에 준오아카데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준오아카데미를 아시아 미용교육의 허브로 육성하고자 홍대에 제2캠퍼스를 착공할 예정이다. 준오헤어에서 이런 새로운 도전은 매년 자연스레 일어난다. 강력한 기업문화의 토대 위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들을 통해 관리 혁신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강윤선 대표 스스로가 이노베이터 DNA를 갖췄으며, 임직원들 또한 이런 리더를 보고 배우며 부지불식간에 영향을 받아 이노베이터 DNA를 갖춰나간다는 것이다. 이런 선순환은 결국 기업이라는 나무에 지속적으로 영양분을 공급하는 뿌리이자 경쟁력의 원천인 핵심역량을 강화해주고, 차별화를 만들어내는 핵심으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