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쓴 한국…원망의 눈초리 '중국'으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서울시 대중교통에 대한 출퇴근 시간 무료운행이 실시된 15일 오전 서울 마포역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시민이 마스크를 쓴채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울에서 올해 들어 첫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는 등 뿌연 하늘이 이어지자 국민들 원망의 눈초리가 다시 중국을 향하고 있다. 중국발(發) 미세먼지가 심각한 상황에서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도 덩달아 비판받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세먼지 주요 원인이 자국임을 공식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라 한계가 있다며 중국에 기술적 해결 방안을 지원하는 등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해 4월 발표 자료에서 지난해 1~3월 전국 미세먼지 농도가 32㎍/㎥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새 가장 나빴다고 밝혔다. 해외에서 국내로 유입되는 미세먼지의 오염 기여율은 지난해 76.3%로 2016년 대비 20.5%포인트(p) 증가했다.


해외국가 중에서도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중국이다. 환경부가 지난해 7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와의 공동 조사를 통해 "지난해 5~6월 기준 국내 미세먼지는 최소 30%에서 최대 60%가 중국에서 날아온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겨울철에는 중국의 난방으로 인해 미세먼지가 늘어나는데다 북서풍이 불어 피해가 더욱 극심하다는 분석이 많다.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으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처음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들은 중국은 물론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불만도 크다. 주부 유지연씨(33)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어제오늘 문제가 된 게 아닌데 나아진 게 없다"며 "이제 마스크를 안하면 외출도 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직장인 황승구씨(36)는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 때문에 맑은 하늘을 구경하는 게 힘들어졌다"며 "숨쉬는 것이 기본권 중 하나인데, 어떻게든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 정부 대책은 전혀 체감이 안된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환경연합이 지난해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5%가 '중국 등 주변국 영향'이라고 답했다.

한파가 물러가고 미세먼지가 '나쁨'수준을 유지하는 15일 오전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에 미세먼지가 끼어 있다./사진=뉴스1

정부도 중국발 미세먼지와 관련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과 관계자는 "한중 대기질 공동연구단이 베이징에 파견나가 연구를 하고 있고, 지난해부터는 중국 도시를 선정해 하늘을 공동 관측하고 있다"며 "중국 발전소 등 미세먼지가 많이 나오는 곳에는 한국과 함께 저감기술을 적용해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14일에는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환경부 장관들이 '환경협력계획'에 서명하기도 했다. 환경부 국제협력과 관계자는 "이후 실무자들 선에서 후속 조치를 어떻게 할 지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중국 쪽과 원활하게 이야기가 잘되고 있다. 구체화 한 뒤 국민들에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자국발 미세먼지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송상석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은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자국 때문이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이 없고,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중국 때문에 그렇다고 하면 (국내에) 서해안 발전소가 많지 않느냐고 반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 사무처장은 "우리도 석탄 때던 시절에 대기오염 물질을 많이 줄인 경험이 있으니 같이 노력하자고 하는 등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면서, 기술적인 해결 방안을 같이 소개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