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거래사이트 겨눈 정부의 5개 화살, 이유는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지난해 9월 29일 금융위원회가 국내에서 진행되는 모든 형태의 가상통화공개(ICO) 행위에 대해 전면 금지 방침을 밝히며 가상통화 규제안을 내놓은 이후 지난 11일 법무부의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전면 폐쇄 발표까지 8번의 대책이 쏟아졌다. 4개월이 안 되는 사이 한 달에 두 번 꼴로 내놓은 정부 대책의 핵심은 가상통화 거래를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투기로 규정하고 막기 위한 규제였다.

정부가 처음부터 가상통화를 '천덕꾸러기'로 취급했던 것은 아니다. 금융위는 2016년 11월 '디지털화폐 TF 회의'를 개최해 "미국, 일본 등의 (가상통화) 동향을 보면서 제도화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가상통화 제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금융위가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 회의'를 열고 ICO를 금지하면서 정부 입장이 돌변했다. 이후 11월 29일에는 금융위가 '유사수신행위 등 규제법' 개정을 통해 가상통화 거래사이트를 유사수신업체로 규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가상통화 투자 열풍이 불자 ICO를 악용해 기술 없이 자금을 모으는 사례가 수차례 적발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가상통화 거래가격이 급등하면서 가짜 코인을 내세우거나 선물거래 등으로 금융기법을 빙자한 유사수신행위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가상통화 관련 수사의뢰건수는 2015년 12건에서 2016년 23건, 지난해 38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가상통화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는 않되 거래는 허용하는 쪽으로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가상통화 거래사이트가 자금세탁방지의무, 실명계좌 등의 조건을 갖추면 거래를 허용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폐쇄에 불씨를 지핀 것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다. 박 장관은 지난 1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통화는 도박과 같다"며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를 목표로 한다"고 말하고 가상통화 거래 행위 자체를 범죄로 인식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당초 법무부는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이하 사행행위특례법)을 적용해 가상통화 거래 단속에 나설 계획이었다. 다만 이 특별법은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어 헌법소원을 제기할 여지가 큰 만큼 법무부 단독으로 밀어 부치기에는 부담이다.

국세청도 지난 10일 빗썸, 코인원 등 주요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하며 압박에 나섰다. 당시 국세청 관계자는 "우리는 거래사이트들이 어떻게 관리를 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 회계 기준을 충족시켰는지도 알지 못한다"며 "거래시 발생하는 수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입법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가상통화에 대한 정의가 쉽지 않아 거래사이트의 법인세만 걷었을 뿐 거래세나 거래자에게 양도·부가가치세 등은 부과하지 않아 '조세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앞으로 정부는 국세청을 통한 과세를 통해 규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역시 최근 출범한 가상통화 전담 연구반(TF)을 통해 투기적 요소 등 부정적 영향을 집중분석할 방침이다. 가상통화 시장이 실제 블록체인 기술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입증하고 투기적 요인에 매몰된 점을 지적하는 내용이 주된 연구 과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이 가상통화 TF를 구성한 것은 가상통화가 통화정책, 금융안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한편 지난달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윈회는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의 '사이버보안 및 개인정보보호 체계 강화' 대책을 내놓았다. 빠르면 이달 말 가상통화 거래사이트들의 개인정보 관리 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위반 기업들을 상대로 과태료 등 제재에 나설 예정이다. 가상통화 거래를 허용하되 보안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국내 가상통화 거래사이트는 통신판매업자로 등록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다. 은행이나 증권사처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일정 이상의 자본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규제도, 전산 시스템에 대한 규제도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버 다운, 해킹 등 안전사고에 취약하다. 국내 최대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인 빗썸조차도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고 서버 불안으로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금융당국이 관리하던 저축은행도 부실사태가 발생한 마당에 아무런 관리·감독도 없는 가상통화 거래사이트를 신뢰하기는 어렵다"며 "수시로 발생하는 서버다운, 해킹으로 인한 파산 등 업계가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