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거래소'로 불러선 안 되는 이유…"거래사이트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가상통화(암호화폐)를 가리키는 명칭을 두고 업계와 정부가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더니 최근엔 가상통화 매매를 중계하는 거래사이트(거래소)를 두고도 명칭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는 '암호화폐 거래소'로 불리기를 원하지만 아직 공신력이 없는 상황에서 거래소 명칭에 오해 소지가 있는 만큼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등으로 불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 거래를 시작한 '코빗'은 홈페이지에 '국내 최초 가상화폐 거래소'란 문구를 사용했다. 2013년 코빗 설립 당시 해외에서 쓰던 '가상화폐(Virtual currency)'를 번역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코빗은 매수자와 매도자를 중개하는 곳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의 한국거래소처럼 별 생각 없이 거래소로 칭했다.

하지만 비트코인 커뮤니티를 주축으로 해외에서부터 '가상'이란 단어가 게임머니나 도박칩 등 부정적 인식에 가깝다는 지적에 따라 점차 암호화폐로 바꿔 쓰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이런 인식이 퍼지면서 빗썸, 코인원, 코빗 등이 주요 회원사인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는 공식적으로 암호화폐로 표기하기로 선언했다.

하지만 정부는 과거부터 이어져오던 가상화폐를 직역해 '가상통화'가 적합한 표현이라는 입장이다. 더 나아가 최근 법무부는 '가상증표'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냈다. '가상'이라는 말을 붙이더라도 '화폐'나 '통화'라는 말을 쓰면 그 자체가 마치 정부가 공신력을 부여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줄 수 있으므로 아예 그럴 여지를 봉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이에 가상통화 거래소도 '가상통화 거래사이트'나 '가상통화 취급업소'로 달리 불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거래소라는 명칭 자체에도 정부가 공신력을 부여한 것 같은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실제 가상통화 중개 업체들은 아직까지 국가가 인정하지 않고 있어 통신판매업자로 분류된다. 일종의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처럼 거래중개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에 불과한 셈이다.

일각에선 정부와 가상통화 업계의 의견 조율이 쉽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런 용어 불일치가 업계·정부의 가상통화에 대한 온도 차를 잘 보여준다"면서도 "새로운 대안 용어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