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프리IPO 시장…투자안하면 주관사 맡기 어려워

증권업계에서 프리IPO(상장전 지분투자)가 비상장기업과 주관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필수옵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이 프리IPO를 자기자본금을 늘리고 주관사와의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수단으로 인식하면서 증권사에 지분투자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테슬라 2호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솔루션 개발업체 엔쓰리엔은 최근 신한금융투자와 주관계약을 해지했다.

회사 측은 올 초 하나금융투자 PI(자기자본투자)실에서 프리IPO를 유치하며 신규 주관사로 하나금융투자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주관사인 신한금융투자에도 프리IPO를 요청했으나 검토 끝에 무산되면서 상장사를 변경한 것이다.

올 상반기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인 진단키트 제조업체 젠바디 역시 주관사 선정에 앞서 지난해 2월 공동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각각 30억원, 50억원을 투자받았다. 신한금융투자는 주관사로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같은 시기 40억원을 투자했다.

최근 코스닥 상승세와 맞물려 공모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증권사들도 PI투자를 영업에 활용하는데 적극적이다. 프리IPO 투자는 벤처 투자와 공모주 투자의 중간 단계로 비상장 기업의 구주를 매입하거나 신주발행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확보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 상장한 펄어비스에 20억원을 직접 투자한데 이어 프리IPO 펀드 투자에까지 참여해 인수수수료·청약수수료를 합친 금액을 뛰어넘는 수익을 거뒀다. 직접 투자로 거둔 수익률만도 166%에 달한다.

KB증권은 지난해 11월 비즈니스온 상장에 앞서 10억원을 프리IPO로 투자했다. 비즈니스온 역시 상장 후 공모가 9000원을 웃도는 주가 수준을 유지해 KB증권에 추가 수익을 안겼다.

투자 성공사례가 잇따르면서 프리IPO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일부 대형증권사 IB부서의 경우 자체 펀드를 조성해 투자자금을 활용하고 있어 자기자본금 조달에 한계가 있는 중소형 증권사에 비해 영업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대다수 증권사는 IB(기업금융) 본부에 PI투자와 IPO(기업공개) 업무가 분리돼 있지만 일부 증권사는 자체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등 자금을 확보해 주관업무 계약과 연계시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6년 조성한 1000억원 규모 프리IPO펀드 자본금을 1년여만에 모두 소진하고 지난해 10월 1000억원 규모 프리IPO 신탁상품을 새로 출시했다. 이 상품은 개인투자자를 포함 선순위투자자 700억원을 모집하고 한국투자증권이 후순위투자자로 300억원을 투자한다. 후순위로 투자한 한국투자증권은 수익률 7% 이상의 초과수익을 올리면 더 높은 수익을 누릴 수 있다. 손실이 날 경우에는 30%까지 손실을 먼저 부담한다.

한 증권사 IB업무 담당자는 "공모규모가 큰 계약일수록 인수 수수료 경쟁이 치열해 계약을 따내더라도 투입한 인력 대비 높은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면서 "프리IPO를 적극 활용해 추가 수익을 올리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