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여파, 결국 연세대 청소노동자 점거농성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본관에서 청소노동자들이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며 무기한 점거농성에 돌입, 학교 경호업체 직원과 충돌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연세대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들이 무기한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 이후 대학 측이 비용절감을 위해 구조조정에 나서자 갈등을 빚었고 결국 점거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16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에 따르면 연세대분회 소속 청소 노동자 100여명은 이날 오전 11시40분쯤부터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본관 1층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청소, 경비 노동자들은 학교의 결원 미충원 조치에 반발해 올해 초부터 교내에서 집회와 기자회견을 열어왔다.


노동자들은 "청소, 경비 구조조정 반대한다", "구조조정 하지말고 직영해라"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 이후 대학 측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며 결원을 충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별다른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31일 연세대 비정규직 청소, 경비 노동자 가운데 각각 17명, 15명이 정년퇴직하면서 결원이 생겼다. 연세대는 청소 노동자 1명만을 충원하고 아르바이트 인력 5명을 채용했다. 경비의 경우 일부 업무를 무인 경비시스템으로 대체했다.

최다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조직차장은 "퇴직자 자리에 아르바이트를 쓰지 않고 전원 충원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갈 것"이라며 "(대화에 응하지 않는) 대학 측과 대화부터 하자는 의미에서 농성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전날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들은 연세대를 찾아 노동자들은 물론 김용학 연세대 총장 등 학교 측 관계자들도 만나 입장을 들었다. 청와대 측은 대학에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갈등은 최저임금 인상에서 촉발됐다. 연세대를 비롯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서울 대학 10여곳은 지난해 학내 비정규직 시급을 청소 직군 기준 6950원에서 7780원으로 올렸다. 최저임금이 지난해 6470원에서 올해 7530원으로 오른 영향 등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대학 10여곳은 비정규직 결원을 채우지 않았다. 연세대를 비롯해 △고려대 미화 10명 △홍익대 미화 4명 △인덕대 미화 4명 ,경비 2명 △덕성여대 미화 1명 △숙명여대 미화 1명 등이 감축됐다.

연세대 등 대학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비용 절감을 위해 인원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등록금이 9년째 동결된 데다 인건비는 계속 오르며 재정적 부담이 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화, 경비 용역이 지난해 기준 714명이었는데 226억의 임금 비용이 발생해 1인당 3000만원 꼴"이라며 "신입 교직원들도 연봉 3000만원이 채 안되는 상황에서 재정 부담이 있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은 대학의 설명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비 노동자 문모씨(56)는 "경비초소 폐쇄는 말이 되지 않는 일방적인 통보였다"며 "정부에서 사람답게 살게 최저임금도 올리고 고용도 보장하라고 하는데 그런 정부 시책과 정반대 모습을 보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