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이슈 덮은 가상통화…한은 총재에 쏠리는 시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11월 통화정책회의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한국은행이 18일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여는 가운데 기준금리보다 가상통화(암호화폐·가상화폐)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은이 지난 11월 금리인상을 단행한 만큼 이번에는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때문에 시선은 최근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가상통화(암호화폐·가상화폐)에 쏠린다.


17일 한은에 따르면 이주열 총재는 최근 간부회의에서 가상통화 현안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지난 9일 금융결제국, 법규제도실, 금융안정국, 통화정책국, 금융시장국, 발권국, 국제국, 경제연구원 등 8개 부서가 참여하는 테스크포스(TF)를 공식 출범했다.

한은 내부에서 독점적 화폐 발권력을 보유한 중앙은행 수장으로서 시중 유동성 쏠림 현상이 지적된 가상통화 투기 현상에 명확한 시그널을 줘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은 노조는 지난 12일 내부망에 ‘서민 홀리는 가짜화폐에 적극 대응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올렸다.

노조는 이를 통해 “가상화폐가 화폐라는 이름을 달고 유통되며 가난한 서민들을 유혹하는데 통화당국이 이 거짓화폐의 문제점을 주시하고 좀 더 빨리 경고하지 않는 것은 매우 뼈아픈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가 가상통화 현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에서 “최근 전 세계적인 가상화폐 열풍을 보면 금융완화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비이성적 과열’도 일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했고, 올해 신년사에서는 “가상통화 거래 과열이 금융안정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이미 가상통화 시장에 하루 수조원대 뭉칫돈이 오가는 상황에서 이런 원론적 입장 표명만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가상통화 거래가 국내 금융시스템에 미칠 영향은 물론, 가상통화 투기 과열 현상이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시장에 정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문제는 이 총재는 물론 6인 금통위원들의 개별 견해도 초미의 관심사다. 가상통화 거래 현상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통화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투기자금 쏠림 현상을 저금리 부작용으로 본다면 금리인상을 지지하는 논거가 될 수 있고,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 사태로 경기 회복세에 부정적 효과를 우려한다면 추가 금리인상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요인이다.

가상통화 시장에 대한 평가도 상당히 엇갈린 상태다. 과도한 유동성 쏠림에 따른 소비 위축, 버블 붕괴에 따른 ‘제2의 바다이야기’ 사태를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반면 규제 위주 정책은 관련 기술과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이 총재가 정부가 추진 또는 검토 중인 △가상통화 거래계좌 실명제 전환 △거래소 사이트 유지·폐쇄 등 주요 정책 대응이 거시경제 측면에서 적절한지 명확한 입장 정리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달 한은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현재 1.5% 수준에서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때문에 금통위의 금리 인상 여부보다 최근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긴축 조짐을 보이는데 따른 평가를 어떻게 내릴지에 관심이 쏠린다.

금통위는 지난해 7월 금통위부터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를 가장 주요한 고려사항으로 공표해 왔다. 한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오는 3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여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이 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