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담당 교수, "몸 아파" 경찰 조사 거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실장이자 주치의인 조수진 교수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사진=뉴스1

신생아 4명이 연달아 사망한 이대목동병원(이화여대부속목동병원) 의료진 책임자인 조수진 교수가 건강 상 이유로 경찰 조사를 거부했다.

조 교수는 16일 오후 1시쯤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으나 질병을 앓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조사는 받지 않고 1시간40여분 만에 귀가했다.


조 교수와 함께 출석한 변호인 이성희 법무법인 천고 변호사는 "조 교수가 유방암과 우울증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진단서를 제출했다"며 "병원 의료 시스템 전반을 살펴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도 함께 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경찰에 제출한 의견서에 "감염 관리 의무가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규정, 병원 의료 시스템 등 전반적인 추가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이 조사가 이뤄진 뒤에는 언제든지 성실히 조사받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조 교수 측은 신생아 중환자실장(주치의)이라는 이유로 규정에도 없는 감염 관리·감독 의무를 지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규정상 조 교수는 감염 관리·감독 의무가 없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조 교수에 대해) 직무범위가 규정돼 있는데 감염에 대해서는 게재돼 있지 않고 특별히 주문을 받은 적도 없다"며 "주치의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조 교수는 이날 경찰에 출석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심려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유가족에 대해서도 "죄송하다"고 짧게 말했다. 이대목동병원 관계자 중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것은 조 교수가 처음이다.

조 교수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실장이자 주치의로서 병원 내에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의 감염을 막지 못해 신생아 4명이 사망하게 된 원인을 제공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를 받는다. 조 교수는 원내 감염관리에 대한 책임자이기도 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달 12일 이대목동병원 사망한 신생아 4명의 부검 결과 사인은 시트로박터균 감염에 의한 사망(패혈증)이라고 발표했다.

국과수는 사망한 신생아 4명에게서 채취한 혈액에서 공통적으로 시트로박터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들 신생아에게 공통적으로 투여된 지질영양 주사제가 이 균에 오염됐거나 주사제 취급 과정에서 오염돼 신생아에게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내렸다.

지질영양 주사제는 음식섭취가 어려운 환자에게 지방산과 열량 등을 공급하기 위해 투여한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광수대는 조 교수와 수간호사 등 병원 의료진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주사제 취급과정에서 감염관리 의무위반 등 혐의가 있는 간호사 2명과 이를 지도·감독할 의무가 있는 수간호사·전공의·주치의 3명 등 총 5명이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