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직원에 "육아휴직 하세요"…유통업계의 변신

-근로시간 단축·야근 제한…직원들 '저녁있는 삶' 정착 노력
-신세계 '오후 5시' 퇴근 안내 방송…롯데는 사무실 조명·PC 강제로 꺼




"남성 직원들도 육아휴직 쓰세요. 회사가 비용 지원합니다.", "오후 5시 입니다. 퇴근들 하세요."

유통업계에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이른바 '워크 앤드 라이프밸런스'(이하 워라밸) 바람이 거세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대기업에선 직원들을 일찍 퇴근시켜 저녁 시간을 자유롭게 보내도록 하는 트렌드가 이미 자리를 잡았고, 최근엔 직원들의 자녀 출산·육아 등을 적극 지원하는 제도까지 강화되는 추세다.

◇"회사가 쏜다"…'아빠 직원' 육아휴직 권장=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올해부터 남성 직원이 1년간 육아휴직을 하면 3개월간 통상임금 전액을 보전해주는 내용의 '남성육아 참여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자녀를 둔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1개월간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한 '육아월'(30일 휴가제), 1개월간 늦게 출근하거나 일찍 퇴근할 수 있는 '근무시간 2시간 단축' 제도도 시행된다.

1년간 육아휴직을 하는 남성 직원에게 3개월간 통상임금을 100% 보전하는 것은 유통업계 최초다. 본인의 통상임금과 정부의 육아휴직 지원금 차액을 회사가 전액 지원하는 방식이다. 정부의 육아휴직 지원금 체계에 따르면 육아휴직 시작일부터 3개월까지는 통상임금의 80%(상한액 월 150만원, 하한액 월 70만원), 4개월부터 12개월까지는 통상임금의 40%(상한액 월 100만원, 하한액 월 50만원)가 지급된다.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두번째 사용한 사람에겐 3개월간 통상임금의 100%가 지급되지만 월 상한액이 15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원금 상한액을 받아도 육아휴직 기간 줄어드는 직원의 임금을 보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통상임금이 월 300만원인 남성 직원이 육아휴직을 신청해 정부로부터 지원금 150만원을 받을 경우 원래 월급과 차이가 나는 150만원을 회사가 주는 것이다.


롯데그룹도 지난해부터 전 계열사 남성직원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했다. 자녀 출산 여성은 물론 남성 직원도 1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쓰도록 한 것이다. 육아휴직 장려 차원에서 정부 지원금과 통상임금 차액을 전액 지원한다. 임금 보전 기간은 현대백화점보다 짧은 1개월이다.

◇"일찍 퇴근해라"…근무시간 줄이고, PC 강제 오프=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출·퇴근 시간을 자율 조정하는 시도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올해부터 하루 7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오전 9시 출근하면 오후 5시면 퇴근한다. 오후 5시가 되면 사내 방송을 통해 직원들에게 퇴근 시간임을 알려준다.

롯데그룹은 직원들의 탄력근무 정착을 위해 지주사 전체가 자율좌석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정석을 따로 두지 않고 직원들이 오는 순서대로 원하는 자리에 앉아 근무할 수 있는 제도다. 직원들의 야근을 막기 위해 오후 6시30분 사무실 조명과 컴퓨터 전원을 강제로 끄는 제도도 운영한다.

현대백화점은 '2시간 단위 휴가제'를 도입했다. 2시간 짜리 휴가를 4번 쓰면 하루 연차를 소진하는 방식이다. 개인 사정으로 2시간 휴가를 사용하면 본사 직원은 오후 4시, 매장 직원은 오후 5시 30분에 퇴근이 가능하다.

백부기 현대백화점 인사담당 상무는 "워라밸의 가치가 강조되면서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기업문화 정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직원들에게 휴식과 자기 개발이 가능한 저녁이 있는 삶을 제공할 뿐 아니라 다양한 지원제도로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일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