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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말보다 법에 의한 금융감독

광화문 머니투데이 권성희 금융부장 |입력 : 2018.01.17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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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지난 15일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것은 뒤늦었지만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방안의 세부 내용에 대한 가치판단을 떠나 지배구조에 대해 제도 개선 측면으로 접근한다는 것 자체가 반갑다.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1월말 이후 한달반여 동안 번갈아 가며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공개 비판했다. 문제 인식의 핵심은 금융지주사 현직 회장이 대주주도 아니면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스스로 연임할 수밖에 없는, 혹은 연임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는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1일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에서 “(금융지주사에) 대주주가 없다 보니 현직이 자기가 계속할 수 있게 여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고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이틀 뒤 언론사 경제·금융부장 간담회에서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 승계 과정에 잡음이 많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수장이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최 원장의 말대로 “통상 감독기관이 해야 할 의무 중 의무”(지난달 19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공개 비판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것은 2가지 문제 때문이었다.

첫째. 시기가 문제였다. 두 사람이 금융지주사 CEO 승계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했을 당시 금융당국이 시급히 나서야 할만한 관련 문제는 없었다. 권력을 둘러싸고 내부 암투가 벌어졌던 신한사태나 KB사태 같은 사건이 없었던 것은 물론 오히려 KB금융지주는 그간의 관치 논란에서 벗어나 CEO 선임 절차를 별 잡음 없이 마무리한 때였다.

단지 KB금융 노조가 회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사외이사들이 회장을 다시 선출하는 이른바 ‘셀프연임’을 문제 삼고 하나금융 노조가 회장 연임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이런 상황에서 두 금융당국 수장이 금융지주사 회장의 연임 시스템을 지배구조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하자 특정인을 겨냥했다는 의혹과 노조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 위원장은 이런 시장의 반응에 “언론 보도 과정을 통해 왜곡된 것인지”(지난달 21일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라는 말로 억울함을 토로했고 최 원장은 “내가 그렇게 얄팍해 보이나”(지난달 19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라며 반발했다.

둘째, 두 사람이 다른 의도가 없다고 거듭 강조해도 시장에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았던 것은 두 사람의 문제제기에 뚜렷한 법적 혹은 규정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 원장이 “검사해본 결과 잡음이 많았다”(지난달 13일 언론사 경제·금융부장 간담회)고 했던 KB금융과 하나금융의 지배구조에서는 법이나 규정 위반 사항이 하나도 없어 금감원은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수준의 권고인 경영유의조치밖에 내리지 못했다.

[광화문]말보다 법에 의한 금융감독
경영유의조치는 법과 시행령, 감독규정, 감독규정 시행세칙 등을 위반하지 않아도 금융당국이 자의적으로 내릴 수 있는 행정지도다. 이 때문에 금융위 외부자문조직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금융당국의 비공식 절차에 따른 지시 관행(행정지도 등)을 없앨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시급한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법이나 규정 위반 사항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두 금융당국 수장이 말로, 그림자 규제인 행정지도로 지배구조에 문제가 많다고 금융지주사를 압박한 배경은 아직 미스터리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자의적인 구두나 지시가 아니라 법에 반영해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힌 것은 다행이다.

다만 처음부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을 1년간 시행해보니 이런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제도 개선 측면에서 접근했더라면 두 금융당국 수장이 억울해 하는 오해도 없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이 기회에 청와대까지 나서 “민간 금융회사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만큼 앞으로는 관치 오해를 받을 수 있는 구두 개입과 행정지도를 줄이고 법과 규정에 의한 관리·감독을 강화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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