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339.17 827.84 1115.30
보합 15.72 보합 6.71 ▼5.1
메디슈머시대 (7/6~미정)
블록체인 가상화폐
문화를 일구는 사람들 관련기사248

"北에 흩어진 고려 유물, 평창서 제대로 전시하고 싶어"

[머투초대석] 취임 6개월 맞은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박물관은 '많이'보다 '오래' 머무르는 곳 돼야"

폰트크기
기사공유
지난해 7월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취임한 배기동 관장은 그동안 문화재청 등 주요 문화재 관련 기관 인사 때마다 하마평에 오른 국내 손꼽히는 문화재 전문가다. /사진=김창현 기자
지난해 7월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취임한 배기동 관장은 그동안 문화재청 등 주요 문화재 관련 기관 인사 때마다 하마평에 오른 국내 손꼽히는 문화재 전문가다. /사진=김창현 기자

취임 6개월 만에 그에게 내려진 올해 특명은 두 가지다. 고려 건국 1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에 걸맞은 유물 전시, 코앞에 닥친 평창동계올림픽에 선보일 특별한 전시가 그것.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 배기동(66) 관장은 비교적 따뜻하고 여유로운 노란색 넥타이 앞에서도 급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올림픽 기간 북한 만월대 유물을 평창에 전시하고 연말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대고려전’을 준비 중인데, 모두 마음처럼 쉽지 않아요. 이 모든 전시가 완전히 실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대체로 협의 중인 상황이라 더 그렇습니다.”

실현 가능성은 높지만, 구체적인 그림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답답함이 적지 않아 보였다. 그래도 배 관장은 유물을 다루는 이의 꼼꼼함과 조심스러움이라는 특유의 기질로 두 가지 모두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임기 초반이지만, 그의 목표는 또렷했다. 안 오거나 못 오는 이를 위한 서비스 구현을 통해 국립중앙박물관의 역할과 의무를 다하겠다는 것이다.

“한 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이 약 350만 명이지만 안 오는 사람은 여전히 안 옵니다. 이제는 ‘우리가 박물관 예쁘게 차려놨으니 와서 보세요’가 아니라 딱 손잡고 와서 ‘봐!’ 할 차례예요.”

지난 1일부터 서비스 중인 ‘행복배달부’(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유물과 이에 관한 이야기를 짧은 문자로 보내는 큐레이션 서비스)는 그런 그의 강한 홍보 의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1978년 경기 연천 전곡리 유적 발굴 현장을 지휘하고 이후 '동아시아고고학연구소' 개관과 '연천전곡리구석기축제' 개최에도 힘을 쏟았다. /사진=김창현 기자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1978년 경기 연천 전곡리 유적 발굴 현장을 지휘하고 이후 '동아시아고고학연구소' 개관과 '연천전곡리구석기축제' 개최에도 힘을 쏟았다. /사진=김창현 기자

-1978년 전곡리 유적 발굴할 때 끊이지 않던 지역주민과 학계 갈등을 봉합한 해법이 화제였는데, ‘평창 전시’와 ‘대고려전’ 준비에도 도움이 되나요.

▶당시 선사시대 유적지로서는 가장 넓은 범위가 국가 사적으로 지정됐어요. 그런데 대부분이 개인 소유지라 지역주민과 학계 갈등이 심했고, ‘이게 다 배기동 때문’이라며 욕도 엄청 먹었죠. 그래도 꼭 보존해야 하는 곳이라 어떻게 주민들을 설득할까 하다가 1992년 ‘동아시아고고학연구소’를 개관하고 이듬해부터 ‘구석기축제’를 개최했어요. 지난해 25주년이나 됐네요. 첫 회에는 사람들이 몇백 명 모이다가 점차 수천 명이 오고, 나중에는 그 동네 길이 다 막히더라고요. 90년대 말에는 몇십만 명이 왔어요. 그러니까 슬슬 정치인들이 오기 시작하더라고.(웃음) 왜, 도지사가 오면 ‘박물관 만들겠습니다’ 하잖아요? 그래서 만들어졌죠. 유적 보존이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좋은 전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중요한 전시도 그렇게 문제를 풀어갈 거예요.

-평창 유물 전시와 대고려전은 모두 ‘고려’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어떤 점에 주목하나요.

▶고려시대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창의적이고 문화적 폭발력이 있는 시기 중 하나였어요. 조선 세종, 영·정조 시대 창의적인 문화도 결국 고려에서 밀려온 거예요. 고려시대에는 우리가 세계 최초로 한 것, 문화적 임팩트가 컸던 것들이 많아요. 금속활자가 대표적이고, 도자기도 기술은 중국에서 왔지만 청감 기술(청자제작 기법)을 활용해 상감 청자, 분청자기 등 창의적인 문화 융·복합을 이뤄냈죠. 삼국사기, 삼국유사를 비롯해 우리 민족의 창의성, 의지, 끈기가 담긴 팔만대장경도 이때 쓰였고요. 고려인들은 세계적인 사람들이라 이때부터 외국 접촉도 굉장히 많았어요.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과 같은 글로벌 시대에 고려왕조가 추구했던 문화의 가치를 새로 반추해보고 앞으로 갈 길을 모색해야 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대고려전은 시기가 연말로 늦춰진 걸로 아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봄부터 하면 좋겠지만 외국에서 유물을 빌려오는 문제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는 상황이에요. 우리나라 문화재가 외국에 많이 나가 있으니까요. 특히 고려 유물의 경우 외국 사람들도 조선시대에 비해 고려 쪽을 선호해서 많이 갖고 있거든요. 조선과 고려 불화를 비교하면 후자가 훨씬 정교해요. 그러다 보니 ‘너희 빌려줬다가 안 주면 어떡하느냐’ 이런 우려가 있어요. 그래서 요즘 국회에서 압류면제법이라는 법안을 검토 중입니다. 박물관 대 박물관으로 유물을 빌려올 경우 나중에 무조건 원 위치 한다는 내용이에요. 국민 정서는 ‘우리 문화재가 왜 외국에 나가 있느냐’는 반감이 강하긴 한데, 그 법이 있어야 유물을 대여해서 국민에게 보여드릴 수 있거든요. 그래서 대고려전이 연말로 밀릴 수밖에 없었죠.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아 역대 최대 규모 고려 전시인 '대고려전'을 12월 개막할 예정이다. /사진=김창현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아 역대 최대 규모 고려 전시인 '대고려전'을 12월 개막할 예정이다. /사진=김창현 기자

-해외 불법 반출 문화재 환수가 쉽지 않은데, 국제 기준이 필요해 보입니다.

▶원칙 자체야 분명합니다. 불법 행위는 용납하지 않고, 불법적으로 반출 또는 취득한 문화재는 원 위치해야 합니다. 하지만 과거에 저지른 불법을 오늘날 판단하기 쉽지 않아요. 결국, 과정의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가 정치·외교적 수를 동원해 잘 판단해야 합니다. 방법적으로는 돈을 주고 가져오기도 하고 설득해서 돌려받기도 해야죠. 너무 공격적일 경우 이후 환수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끈질기게 접근하면서 가장 저항이 적은 방식을 택해야 합니다.

-평창올림픽 기간에 북한 유물 전시 관련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일단 통일부에 북한 소재 고려 유물 목록을 빌려왔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한 상태입니다. ‘대고려전’의 연장선상에서 처음 논의된 거지만 일단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만월대 관련 유물을 들여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현재로선 평창이나 춘천박물관에서 전시할 계획인데, 평창에는 마땅한 전시 장소가 없고 춘천은 평창과 거리가 멀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만월대 관련 유물은 고려 궁궐에서 나온 것인데 그에 맞는 예우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국립중앙박물관장 취임 이후 실현해야 할 목표가 있다면요.

▶국립중앙박물관은 전 국민과 세계 시민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우리 문화 정체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게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이나 지역의 소규모 박물관은 주제 범위가 좁고 타겟이 작으니 차이가 분명 드러나죠. 하지만 무엇보다 근본적인 차이는 국립중앙박물관이 한 나라의 굳건한 실체로서 문화기반을 만들어 가고 경향을 리드해야 한다는 거죠.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은 347만 명이지만 외국인 비율이 매우 낮습니다.

▶사실 외국인 관람객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오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택시를 타지 않으면 오기 불편하죠. 하지만 용산 지역이 점차 개방되고, 주변 교통체계가 개선된다면 상황이 훨씬 나아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소장품 중 스타급 유물을 잘 개발해서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처럼 한국에 가면 꼭 보고 와야 하는 곳이 되도록 하는 게 필요하죠. 금관, 반가사유상, 금속활자 같은 유물은 전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잘 찾아볼 수 없어요.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유니버설 코리안 헤리티지‘로 만들어 나갈 겁니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박물관의 대중화'를 목표로 스타급 유물 개발, 디지털시스템 확충 등을 통해 박물관 문화 향유층을 넓혀갈 계획이다. /사진=김창현 기자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박물관의 대중화'를 목표로 스타급 유물 개발, 디지털시스템 확충 등을 통해 박물관 문화 향유층을 넓혀갈 계획이다. /사진=김창현 기자

-박물관은 ‘많이’ 오는 것보다 ‘오래’ 머무르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머무르고 싶어야죠. 우리나라 관람객들은 박물관에 오면 배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져요. 하지만 호기심은 강박이 아니라 개인적인 센스를 갖고 몰입하는 거예요. 또 박물관 내 휴게실, 밥집도 고민 중이에요. 어느 나라를 가든 박물관들이 굉장히 신경 쓰는 부분이죠. 최근 개관한 미국 아메리칸인디언뮤지엄에서도 전 세계 요리들을 맛볼 수 있어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더라고요.

-임기 동안 ‘이거 하나 제대로 하고 싶다’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금 조직 내 ‘디지털 시빌라이제이션(문명)’ TF(태스크포스) 만들고 계속 토론하는 중이에요. 단순히 유물 사진을 찍어서 디지털 플랫폼에 올리는 게 아니라 문화콘텐츠 생산부터 대중화까지의 과정을 디지털 시스템화하자는 거죠. 쉽게 말하면 ‘디지털뮤지엄’을 만드는 거예요. 아파서 밖에 못 나오는 사람이나 감옥에 수감된 사람 등 아직 많은 사람이 문화 향유를 못 하고 있어요. 한 해 몇 백만 명이 왔다고 좋아할 게 아니라, 안 오거나 못 오는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것이 국립중앙박물관의 의무라고 봅니다.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