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석화굴기' 핵심 美 법인장 1년 만에 교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이 롯데케미칼이 2016년 6월 14일(현지시간) 개최한 미국 에탄크래커 및 에틸렌글리콜 합작사업 기공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롯데 '석유화학 굴기' 핵심 동력인 롯데케미칼 (102,400원 ▼5,400 -5.01%) 미국법인의 대표가 1년 만에 교체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젊은 피를 수혈해 조직에 역동성을 더했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사업 추진과정에서 생긴 자금조달 문제 등이 반영된 인사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17일 이사회를 열고 임원 인사를 확정했다.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롯데케미칼의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끈 그의 승진은 기정사실화돼 있었다. 증권사들이 예상한 지난해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와이즈에프엔·17일 기준)는 지난해보다 14.1% 늘어난 2조9036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던 2016년 실적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올해 신규 임원 승진자가 지난해보다 3명 늘어난 것도 같은 배경에서다.

예상된 승진보다 눈에 띈 부분은 정순효 롯데케미칼 미국법인 대표(부사장)가 1년 만에 물러난 점이다.

그는 2014~2016년 롯데케미칼 신규사업본부장(전무)을 맡아 석유화학 글로벌 도약의 핵심사업인 미국 루이지애나 ECC(에탄분해시설) 건설을 추진했으며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법인 대표로 올랐다.


총 31억달러(약 3조3000억원)가 투입되는 ECC 건설은 아시아에 편중된 생산·판매를 북미지역으로 넓혀 석유화학 굴기를 이루겠다는 신동빈 그룹 회장의 야심이 담긴 사업이다. 신 회장은 2016년 공장 기공식에 직접 참석해 "롯데케미칼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종합화학회사로 도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사업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올해 말 미국 공장 완공을 앞두고 미국법인 상근고문으로 일선에서 빠지게 됐다.

1년 만에 대표가 물러났다는 점보다 '세대교체'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롯데케미칼 측 설명이다. 정 대표를 대신해 신임 대표로 내정된 황진구 미국 LA프로젝트 담당(전무)은 1968년생으로 올해 만 50세다. 정 대표는 61세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최고경영자 세대교체를 통해 미래 동력을 확보한다는 것이 이번 인사 방침"이라며 "황 전무는 2015년부터 미국 프로젝트를 담당했다는 점에서 관련 전문성도 갖췄다"고 말해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 사업 추진 과정에서 나온 자금조달 등 문제가 정 대표의 일선 퇴진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케미칼과 미국 공장 사업비를 공동 출자하기로 한 일본 미쓰비시상사의 갑작스러운 투자 철회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말레이시아 계열사 LC타이탄의 투자액을 기존 3억4000만달러(약 3600억원)에서 5억1000만달러(약 5450억원)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미쓰비시상사와의 협상 결렬 배경 관련, 당시 롯데케미칼은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ECC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 미쓰비시상사가 발을 뺐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ECC를 통한 도약의 전제조건인 유가가 당시 롯데케미칼에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ECC는 셰일가스 부산물인 에탄을 원료로 범용 화학제품인 에틸렌을 생산하는 설비다. 따라서 ECC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유가가 올라 셰일가스의 채산성이 높아져 공급이 확대되고 동시에 셰일가스 가격도 떨어져야 하는데 2014년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올라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그 무렵 40~50달러 선에서 움직였다. 북미 ECC 공급과잉 부담도 제기됐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오른 유가는 현재 60달러를 넘어서 ECC 전망은 예전보다 나아졌다"며 "하지만, 2011~2014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