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에 가려진 '블록체인'…해운업계 열공 중

비트코인에 가려진 블록체인(공공거래 장부) 기술이 물류 업계를 혁신할 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신속성과 신뢰성이 해운 생태계를 바꿀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는 물론 국내 해운사까지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머스크-IBM 블록체인 기반 합작회사 설립한다고 17일 밝혔다 /사진제공=머스크

◇머스크-IBM, 블록체인 기술 개발 합작사 설립= 세계 1위 해운사 A.P 몰러-머스크와 컴퓨터 기술기업 IBM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국제 무역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강화할 합작법인(JV)을 설립한다고 17일 밝혔다. 합작법인이 개발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올 상반기 관련 규제 승인 후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합작법인은 글로벌 해운 생태계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국제무역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는 것이 목표로 미국 뉴욕에 자리잡을 예정이다. 블록체인 플랫폼을 이용하면 화물 운송 과정이 보다 단순해지고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세계선사협의회 등에 따르면 무역 관련 서류를 처리하는 최대비용은 해상운송 비용의 5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경제포럼은 이 같은 방해물이 해소되면 국제 교역량이 약 15% 증가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예측한다.

블록체인은 금융·물류 등에서 발생하는 거래 데이터를 모든 거래참여자가 동시에 나눠 갖는 기술이다. 모든 고객이 거래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해킹(데이터 위·변조)이 불가능한 기술로 분류되고 있다. 이런 블록체인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가상화폐에 적용한 것이 ‘비트코인’이다.


가상화폐로 여러 논란을 낳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은 해운·물류에서는 신기술로 각광 받고 있다. 서로 다른 지역의 파트너들을 연결할 대형 네트워크에 최적화돼 있어서다. 물류 관계자들이 실시간으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고, 같은 내용의 거래 내역을 공유하고 있어 신뢰도도 높다.

2016년 6월부터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머스크와 IBM은 블록체인 플랫폼에 IBM 서비스가 제공하는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애널리틱스 등 클라우드 기반 기술을 더할 계획이다. 이 플랫폼은 이미 다우-듀퐁, 테트라팩, 미국 휴스턴항,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만 커뮤니티 시스템, 네덜란드 관세청 및 미 관세 국경 보호청 등에서 시범 운영됐다.

/자료제공=머스크

◇'블록체인 해운', 빠르고 안전하게...현대상선·SM상선도 연구 중= 해운 물류는 대부분 디지털화됐지만 운송과정에서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아직 종이에 대한 의존도도 높다. 또 가끔 복잡한 과정에서 수출입 관련서류 위·변조, 불분명한 책임소재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예컨대 해외에서 꽃을 운송할 경우 선적 한 건당 30개 기관의 결제와 최대 200회의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만 한 달 이상 소요된다. 만약 양식이 하나라도 분실되거나 결제가 늦어지면 선박이 출항할 수 없다.

블록체인 플랫폼이 완성되면 이 과정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우선 각 단계의 정보가 발생 순간마다 모든 거래 참여자에게 전송된다. 또 하나의 플랫폼을 이용하기 때문에 의사소통 과정도 단순화되고, 선적 정보가 동시에 공유되면서 투명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이에 국내 주요 해운사도 블록체인 기술을 운송에 도입하고 있다. 현대상선과 SM상선 등 해운업계는 지난해 5월부터 삼성SDS, 한국IBM 등(총 38개)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성해 연구·개발 중이다. 지난해 8월에는 현대상선이 국적 선사로는 최초로 한-중 구간의 냉동 컨테이너에 블록체인 기술을 시험 도입하고, SM상선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태국 방콕과 베트남 호치민으로 화물을 실어 보냈다.

머스크-IBM 합작법인의 이사회 의장직을 맡은 빈센트 클럭 머스크라인 최고상업책임자(CCO)는 "신규 합작법인은 머스크의 세계 무역 디지털화 선도 전략에 매우 중요한 이정표"라며 "머스크가 보유한 무역 전문성에 IBM이 제공할 블록체인 기술 역량이 합쳐져 세계 무역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