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신생아 집단사망' 이대목동병원 주치의·간호사 재소환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실장이자 주치의 조수진 교수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2018.1.1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경찰이 16일 서울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 사건의 첫 피의자로 소환했다가 2시간 만에 귀가한 조수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주치의를 이번 주 다시 소환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조 교수가 '감염경로 및 책임소재 조사의 미비' '지병'을 이유로 경찰 조사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잇따라 소환조사 연기를 신청한 당직간호사 2명과 수간호사도 이번 주말까지 불러 피의자 조사를 강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압수수색과 보건당국 의뢰를 통해 감염경로와 책임소재를 꾸준히 조사를 해왔다"며 "감염경로에 대한 경찰 조사가 불완전하고 신생아 사망에 대한 주치의 책임이 명확하지 않다"는 조 교수 측 주장을 반박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사고조사전담팀은 전날 경찰에 출석해 의견서만 제출하고 귀가한 조 교수와 '개인 변호사 선임'을 이유로 소환조사를 연기한 당직간호사 2명, 수간호사를 늦어도 이번 주말까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당초 16일 조 교수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시작으로 17일에는 당직 간호사 2명, 18일에는 수간호사 1명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날 오후 1시 경찰에 출석한 조 교수가 현재 앓고 있는 유방암과 우울증에 대한 진단서와 함께 2~3장짜리 의견서만 제출하고 귀가 의사를 표시하자 소환조사가 예정됐던 간호사와 전공의도 잇달아 '소환 연기'를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구속 입건된 피의자이기 때문에 소환 연기를 신청하면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면서도 "어떤 이유에서든 이번 주말을 넘기지 않겠다는 방침 하에 소환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병을 호소했던 조 교수의 건강상태가 조사가 불가능할 만큼 악화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입원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조 교수의 건강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조 교수도 이번 주 내로 다시 소환해 조사할 계획을 세우고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동시다발 사망사건의 원인이 '주사제 오염으로 인한 시트로박터 프룬디(Citrobacter freundii)균 감염(패혈증)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12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의 모습. 2018.1.1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경찰은 "'시트로박터 프룬디(Citrobacter freundii)균이 어떤 경로로 신생아들에게 감염됐는지, 규정상 운영책임만 지는 주치의에게 사망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경찰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조 교수 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앞서 조 교수의 법률대리인 자격으로 함께 경찰에 출석한 이성희 변호사는 "상급의료기관 인증을 받을 때의 규정, 인증 이후의 감염관리 등을 어떻게 해왔는지에 대한 조사가 이뤄야 한다"면서 "단순 운영규정 책임 하나 때문에 모든 책임을 지고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신생아 중환자실 실장으로서 책임을 피할 수는 없으나 실장의 권한과 힘에 맞는 처벌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감염경로와 주치의의 책임 소재는 이미 수사 초기부터 질병관리본부와 식약처, 보건복지부에 의뢰하는 등 수사가 진행돼왔다"고 반박했다.

경찰 관계자는 먼저 감염경로에 대해 "수사 초기에 질병관리본부에 감염경로 검사를 의뢰했다"며 "이번 주내로 식약처가 감정한 무균검사 결과서와 함께 통보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건당국에 구두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질영양제 자체가 오염됐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고, 약제를 개봉해 조제하는 과정에서 오염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질병관리본부가 이번 주 내로 감염경로와 시간을 특정한 문서를 보내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신생아 사망과 관련된 주치의의 책임에 대해서도 "의료법에 따르면 특정규모 이상의 병원의 경우 감염관리위원회와 감염관리실을 따로 설치하게 돼 있다"면서 "감염관리위원회의 경우 지난해 12월28일 2차 압수수색 때 모든 회의록과 문건을 확보해 분석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 제43조에 따르면 병상이 200석 이상인 병원은 원내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감염관리위원회와 감염관리실을 설치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감염관리위원회는 일종의 심의·의결기관이다. 감염관리실의 실장은 병원장을 제외한 내과의사가 담당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감염관리위원회 회의록을 검토한 결과, 위원회는 정기적으로 열리는 회의를 빠짐없이 운영했고, 별다른 과실이 없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까지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병원 관계자 30명의 진술을 종합하면 원내 감염관리실은 연 1회 정기교육을 정상적으로 실시했고, 불시점검까지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감염관리실의 장부까지 분석을 끝낸 상태"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운영'에 대한 병원 규정만 있는 주치의의 책임과 관련해 "별도 규정이 없어도 의사는 간호사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진다"며 "책임 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주치의의 면책조항에 대한 유권해석을 보건복지부에 의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현재 피의자로 입건된 조 교수 등 핵심 의료진 5명의 소환일정을 다시 조율하면서 당분간 이들의 혐의점을 다시 정리할 계획이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앞서 1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숨진 신생아들의 사인이 '주사제 오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추정된다'며 '주사제 용기에 들어있던 지질영양제 자체가 오염됐거나 주사제 용기를 개봉해 주사에 연결하는 과정에서 시트로박터균이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잠정 부검결과를 내놓았다.

조 교수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실장(주치의)으로서 원내 감염관리의 책임이 있으면서도 병원 내에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감염되는 것을 막지 못함으로써 지난해 12월16일 신생아 4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사망하게 된 원인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16일 A환아의 심박수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이상증세가 나타났음에도 주치의가 자리를 비웠던 점, 그 전날 당직간호사 2명이 숨진 신생아 4명과 다른 신생아 1명에게 의료조치를 하는 과정에서 지질영양제 1바이알(Vial·용기)을 신생아 5명에게 나눠서 주사한 점, 사건발생 닷새 전 신생아 1명에게서 로타바이러스 양성반응을 확인하고도 아무런 격리조치를 하지 않은 점 등 현재까지 밝혀진 의료진의 과실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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