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화살 '명중'…가상통화 하루새 20~40% 급락

정부의 가상통화(암호화폐) 규제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통화 가격이 일제히 폭락했다. 금융당국 규제로 신규 자금 투입이 막힌데다 중국 가상통화 거래금지 조치 등이 가상통화 시장에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분석된다.(☞관련기사: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겨눈 정부의 5개 화살, 이유는)

17일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전일 대비 22.8% 떨어진 1346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 들어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 7일 2504만3000원에 비해서는 46.2% 가량 하락했다.


최근 시세가 급등한 리플 역시 같은 시간 33.2% 떨어진 1407원에 거래 중이다. 리플은 지난 4일 4502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최근 며칠새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빗썸에서 거래 중인 다른 10종의 가상통화들도 모두 하루새 20~40% 하락을 면치 못했다.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통화는 도박과 같다"며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를 목표로 한다"고 말하는 등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전면폐쇄를 언급한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 지난 16일 오전부터 급락하는 모양새다.

이는 정부의 가상통화 규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도 살아있는 옵션"이라며 "가상통화에 대해서는 비이성적 투기가 많이 되는데 어떤 형태로든 합리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지난 12일 김 부총리가 전날 법무부가 주장한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폐쇄에 관해 "어제 법무부 장관께서 얘기한 '거래소 폐쇄'는 법무부의 안일뿐 정부 부처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하며 발을 뺐던 것과는 달리 시장에 강력한 규제 의지를 드러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역시 지난 15일 정부의 가상통화 규제를 두고 제기되는 비판 여론에 대해 "욕을 먹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며 은행권에서 거래사이트로 투기 자금이 몰릴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가상통화 투자자들은 더 큰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파는 '패닉셀(Panic Sell)'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거래사이트 한 관계자는 "빠르면 이달말 은행과의 실명계좌 시스템 구축이 제개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지 신규 자금 투입이 막힌 상황"이라며 "거래사이트에 대한 정부 부처 규제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지켜보던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말 '가상통화 투기 근절 특별대책' 일환으로 은행의 신규 가상계좌 서비스가 금지돼 빗썸, 업비트, 코인원 등 국내 주요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신규 계좌 개설이 막혀있다.

중국발 악재도 가격 하락에 한 몫 했다. 지난 15일 중국 정부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과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사용자들의 접근을 전면 차단하고 해외 거래사이트 접속을 막는 등 가상통화 거래에 대한 규제 수준을 높여 불법 거래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전문가는 "과거에는 규제 방침이 나와도 신규 투자자들이 저점 매수에 나서는 등 하루 이틀이면 가격을 끌어 올렸다"면서 "하지만 이번 폭락은 중국 이슈와 맞물려 그 끝을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