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세탁방지로 가상통화 거래 돈줄 통제

정부의 가상통화 대책의 초점은 질서있는 거품 빼기에 맞춰져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언급한 대로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폐쇄도 살아있는 옵션”이지만 그 카드가 현실화될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현실화된다 해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광풍 수준으로 치달은 투기부터 진정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 정부 당국자들의 ‘강도높은 구두 개입’이 지속돼온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쓸 수 있는 현실적 대책 ‘자금세탁방지’= 정부가 그나마 현실적으로 대책을 쓸 수 있는 통로는 ‘은행’이다. 가상통화 거래자들이 현금을 들고 대면거래를 하지 않는 한 은행을 통해 자금을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은행이 대책의 통로라면 수단은 ‘자금세탁방지’다. 금융당국이 지난 8일부터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운영업체와 거래가 많은 6개 은행의 자금세탁방지의무 이행 실태를 일제 점검한 이유다. 은행에 부과된 자금세탁방지의무를 지렛대로 삼아 가상통화 거래에 몰리고 있는 돈의 흐름을 줄이거나 통제하려는 의도다.

금융당국은 자금세탁방지 업무를 담당하는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을 투입해 은행들이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운영업체에 의한 자금세탁 위험을 평가하고 실사를 실시했는지,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운영업체 식별 절차를 마련하고 자금출처 및 이용자 정보 확인 등 고객확인 의무를 다 했는지, 의심거래 보고를 충실히 했는지 등을 집중 점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강화하면 불법적인 자금을 어느 정도 걸러낼 수 있고 가상통화 투자를 위한 계좌 개설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가상통화 거래와 관련된 법인·개인계좌에 대한 고객확인을 통상적인 수준인 CDD(Customer Due Diligence)에서 ‘강화된 고객확인(EDD, Enhanced Due Diligence)’로 강화하면 고객들은 거래목적과 자금출처까지 은행에 제공해야 한다. 불법적인 목적으로 가상통화를 활용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진다.

게다가 은행끼리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와 관련된 법인계좌 정보도 공유할 방침이어서 자금세탁이 의심되는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운영업체들은 사실상 은행 거래가 모두 막히게 된다.

◇가상통화 거래실명제 30일 가동= 가상통화 거래실명제는 예정대로 이달 중으로 실시된다. NH농협은행이 30일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가은데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시기에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거래실명제가 시작되면 그동안 중단됐던 가상통화 거래를 위한 가상계좌 신규 발급이 가능해진다.

거래실명제가 시행된다고 해서 은행들이 기존에 거래하던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외에 새로운 거래사이트에 가상계좌를 발급해 줄지는 미지수다. 자금세탁방지의무가 강화되는데다 이미 투기화된 가상통화 시장에서 영업을 확대하는데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실명제 역시 자금세탁방지의무 강화와 마찬가지로 돈줄을 통제하는 대책이다. 자금세탁방지의무가 전체적인 가상통화 거래에 영향을 주는 대책이라면 거래실명제는 가상계좌를 이용하고 있는 대형 거래사이트들이 주 타깃이다.

거래실명제는 본인임이 확인된 투자자의 계좌와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의 동일은행 계좌간 입출금만 허용하는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다. 정부가 가상통화 투자를 금지한 청소년과 외국인이 이 과정에서 걸러진다. 가상통화 거래사이트가 발급하는 가상계좌 은행과 투자자의 은행이 다르면 입출금이 안되는 만큼 동일한 은행에 계좌를 새로 열지 못하는 투자자들도 접근이 차단된다.

거래실명제는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과세를 위한 토대이기도 하다. 본인임이 확인된 계좌를 통해서만 자금이 입출금되기 때문에 각 투자자가 얼마나 투자하고 얼마나 이익을 얻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