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안내고 강남 아파트 물려받은 금수저들, 증여세 수억원 '철퇴'

부모한테 서울 강남 등지의 고가 아파트를 물려받거나 부모 돈으로 아파트를 구입하고도 증여세를 내지 않은 이들이 대거 적발됐다. 대부분 수억원대 증여세가 추징됐다.


대출 규제와 양도소득세 중과 등으로 부동산 매매가 어려워지면서 세대간 증여가 늘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은 이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없는지 집중 조사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이후 부동산 관련 탈세 혐의자 843 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 이 가운데 633 명에게 세금 1048억 원을 추징했다고 18일 밝혔다.

국세청이 밝힌 세금 탈루 사례에는 부모가 아파트 대금을 대신 내준 경우가 많았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A 씨(33)는 지난해 처와 공동명의로 서울 강남에 있는 재건축 아파트를 사들였다. 국세청 조사 결과 A 씨는 부동산 임대업자인 장인과 장모가 재형저축과 주택청약저축을 대신 납부했다. 여기에 A 씨는 어머니로부터 현금을 직접 받아 아파트를 사는 데 사용했다. 국세청은 A 씨 부부에게 증여세 신고 누락분 수억 원을 추징했다.


서울에 사는 B 씨(41)는 부모가 소유한 강남의 한 아파트를 배우자와 공동으로 취득했다. B 씨와 배우자는 그동안 저축을 한 돈으로 부동산을 샀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국세청 조사 결과 B 씨가 받은 대출금 원리금과 B 씨 부부의 생활비 등은 재력가인 부친한테 편법으로 증여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국세청은 생활비와 대출금 변제에 들어간 돈을 변칙 증여로 보고 증여세 수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이와 별도로 이날 추가로 부동산 세금 탈루 혐의자 532 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는데 여기에도 부모로부터 변칙 증여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다수 포함됐다.

30대 초반 남성이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아버지한테 10억 원에 샀는데 어떤 돈인지 불분명한 경우, 20대 후반으로 특별한 소득이 없는데도 10억원 상당의 강남 부동산을 취득하고 아버지 소유의 강남 고급 아파트를 산 경우 등이다.

20대 후반 직장여성은 어머니한테 아파트를 증여받기 직전 의도적으로 아파트를 담보로 어머니가 대출을 받게 했다. 대출과 함께 증여를 받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증여세 부담이 줄었는데, 대출은 추후 어머니가 갚았다.

국세청은 앞으로도 편법 증여 등 고의로 탈세한 혐의가 발견되면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이동신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최근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주택 취득 자금 등을 변칙 증여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철저히 검증하기 위해 자금 출처 조사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금 출처 조사는 소득보다 자산의 증가가 처서 그 출처의 정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벌이는 세무조사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