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코스닥 투자 확대 미온적…불붙은 시장 '찬물'

주요 연기금이 정부 의도와 달리 코스닥에 집중투자하는 펀드 신설에 소극적이거나 회의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와 사전 협의도 없었던데다 코스닥 투자 비중을 확대할 경우 연기금의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최근 코스닥이 연기금 투자 확대 기대로 가파른 상승세를 탔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달아오른 시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전망이다.


18일 연기금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 등 주요 연기금은 정부의 코스닥 투자 확대 방안에 대해 구체적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경제정책방향과 최근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연기금의 위탁운용시 '코스닥 투자형' 신설을 권고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연기금이 자산운용사에 운용을 맡길 때 코스닥에 집중투자하는 펀드 유형을 만들라는 주문이다. 연기금 자금을 코스닥으로 직접 끌어들일 수 있어 시장에서 수급 호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연기금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자본시장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주식에 127조2146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이중 코스닥 투자 비중은 2% 남짓한 수준에 불과하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코스닥 투자형을 신설하려면 코스닥 비중과 가이드라인 등을 확정해야 하기 때문에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결정해야 될 사안"이라며 "아직까지 내부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기존 운용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순수주식형 △대형주형 △중소형주형 △책임투자형 △배당주형 △가치형 △장기투자형 △액티브퀀트형 등 8가지로 나눠 위탁운용을 집행하고 있다. 이 중 코스닥 투자를 가장 적극적으로 하는 중소형주형이 코스닥 비중을 10%까지 허용하고 있다.

사학연금은 15조939억원(지난해 11월 말)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국내 주식에 3조465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국내 주식의 4% 수준을 코스닥에 투자하고 있다.

사학연금 관계자는 "내부 규정상 코스닥은 국내 주식의 최대 20%까지 투자할 수 있지만 바이오 업체처럼 밸류에이션 평가를 하기 어려운 사례가 많아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며 "단순히 한도 제한에 걸려 투자를 확대하지 않은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사학연금은 위탁운용을 △성장형 △중소형 △배당형 △인덱스형 △SRI(사회책임투자)형으로 나누고 있다. 코스닥 투자형을 신설하려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논의해야 한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적어도 연기금 담당자에게 취지를 설명해줘야 하는데 지금까지 아무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이 때문에 내부적으로 신설 여부에 대한 논의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6조9153억원(지난해 11월 말 기준) 규모의 투자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공무원연금도 아직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관계자는 "정부 방침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고 전했다.

정부가 연기금에 구체적인 지침을 하달한 것으로 비춰질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CIO(최고운용책임자)는 "코스닥을 활성화시켜 벤처·중소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공감한다"면서도 "자율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갖춘 연기금에 정부가 직·간접적 영향을 준 것처럼 보이면 부작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