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대학평가인증기관 감독강화에 대교협 등 '발끈'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교육부 청사 © News1 장수영

교육부가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려고 하자 대학평가인증기관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교육부의 개정안이 대학평가인증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저해하고 정부 규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이유에서다.

한국대학평가원, 한국의학평가원 등 8개 대학평가·인증 인정기관으로 구성된 고등교육평가·인증인정기관협의회은 지난 10일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공동 의견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고 18일 밝혔다.

대학평가·인증제도는 대학이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최소한의 기본여건을 갖췄는지 평가해 인증하는 제도다. 평가·인증은 교육부에서 평가인증기관으로 인정을 받은 기관들이 대신 수행한다. 4년제 대학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설기관인 한국대학평가원이 맡고 있다. 간호·건축학·경영·공학·치의학·한의학 등 7개 분야는 민간전문기구가 평가한다.

교육부가 지난달 입법예고한 평가인증규정 개정안은 평가·인증을 맡고 있는 인정기관들에 대한 정부의 지도·점검과 시정명령, 지정 철회 또는 취소에 대한 규정을 담았다. 지금은 교육부고시에서 이를 규정하고 있지만 상위법인 대통령령에 담겠다는 것이다. 인정기관을 지정하는 인정기관심의위원회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심의위원 수도 기존 9명에서 15명 이내로 확대했다.

하지만 인정기관협의회는 "현재 고시에 관련 조항을 구비하고 있고 이에 따라 교육부는 인정기관을 지도·감독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해당 근거를 상위법령에 마련하고자 하는 것은 인정기관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육부 개정안은 인정기관의 독립성과 전문성, 자율성을 저해하는 조치"라며 "교육부는 인정기관 다수가 반대하는 규정 개정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또 "인정기관에 대한 지도·점검 등의 조항이 상위법령에 필요할 만큼 인정기관의 책무성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법령 개정의 취지가 언론에 발표된 점은 매우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자율적인 질 보장 체제로 평가인증을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신뢰와 지원을 바탕으로 상호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교육부는 차후 협의회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공동 논의할 것"을 요청했다. 협의회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도 공동의견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규제를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하위법령에서 상위법령으로 옮기는 것'이라며 '평가·인증의 기능이 확대되면서 인정기관의 책무성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평가·인증의 의미가 과거에는 대학의 자율적인 질 관리 측면이 강했다면 지금은 국가자격증과 연계되면서 학생들의 직업선택권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평가·인증의 기능 확대로 인정기관들의 책무성이 커지면서 상위법령인 대통령령에 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의대와 치대, 한의대능 평가·인증을 받은 학과를 졸업해야 국가고시에 응할 수 있다. 서남대 의대의 경우 평가·인증을 받지 못해 폐교가 확정되기 전부터 2018학년도 신입생 모집이 정지됐다. 2020년부터는 건축학 시험도 평가·인증을 받은 대학 출신들만 응시할 수 있게 바뀐다.

교육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어찌 보면 인정기관과 교육부, 대학 사이의 문제여서 고시로도 충분했지만, 학생들의 직업선택권과 권익보호로 평가·인증의 기능이 확대되고 있어 규정 개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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