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L '언더독' 이글스의 역주행, 바이킹스도 넘나

32개 팀 가운데 단 4팀 만이 생존했다. 52번째 슈퍼볼 진출을 놓고 NFL 각 컨퍼런스 챔피언십이 펼쳐진다. 최근 열린 8번의 컨퍼런스 결승전은 모두 1번 시드가 승리를 차지하고 슈퍼볼 진출에 성공했다. 오는 22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5시에는 AFC 우승을 놓고 1번 시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3번 시드 잭슨빌 재규어스가 격돌한다. 같은 날 오전 8시 35분부터는 1번 시드 필라델피아 이글스와 2번 시드 미네소타 바이킹스의 NFC 결승전이 열린다.

필라델피아 이글스 선수들 / 사진=AFPBBNews=뉴스1

NFC 디비전 라운드는 두 경기 모두 종료 직전 극적으로 승부가 갈렸다. 정규시즌 13승 3패로 NFC 1번 시드를 차지한 필라델피아 이글스는 홈 필드 이점에도 불구하고 3점 차 열세라는 예측과는 달리 애틀랜타 팰커스를 15-10으로 제압했다. 역전 터치다운을 노리는 팰컨스의 막판 예봉을 막아내며 4년 만에 진출한 플레이오프에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바이킹스의 승리는 더 짜릿했다. 경기 종료 직전 케이스 키넘의 패스를 받은 스테폰 딕스가 61야드짜리 터치다운을 성공시켜 29-24로 역전승을 거뒀다. '미네아폴리스 미러클'이란 말이 만들어졌을 정도로 NFL 플레이오프 역사에 기리 남을만한 명승부였다. 강력한 수비가 강점인 이글스와 바이킹스가 맞붙는 NFC 결승은 MBC 스포츠플러스를 통해 중계된다.

◆ '언더독'이라 얕보지 마라


팰컨스와의 디비전 라운드에서 이글스는 3점 차 언더독이었다. NFL 플레이오프 역사상 최초로 1번 시드를 받은 팀이 언더독 취급을 받은 것은 이글스 선수들에게 큰 자극이 됐다.

팰컨스의 마지막 반격을 탄탄한 수비로 막아내며 승리를 차지하자 베테랑 디펜시브엔드 크리스 롱은 강아지 마스크를 착용한 채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내 큰 화제를 모았다. 언더독이라 취급 당한 것에 대한 분풀이였던 것.

이번 바이킹스와의 대결에서도 이글스는 언더독이다. 또 다시 3점 차로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글스는 이 같은 상황이 매우 익숙하다. 이번 팰컨스전 외에도 2000년 탬파베이 버캐니어스전, 1995년 디트로이트 라이온스전, 1980년 댈러스 카우보이스전 등 홈에서 치른 플레이오프에서 4차례나 언더독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모두 승리를 차지했다. 또한 바이킹스와의 플레이오프 세 차례 대결에서도 전승을 거뒀기 때문에 또 한 번 언더독의 이변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다.

이글스의 강점은 막강한 디펜시브 라인이다. 브랜든 그래험(9.5색), 플레처 콕스(5.5색), 크리스 롱, 데릭 바넷(이상 5색) 등이 상대 쿼터백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또한 러싱 디펜스도 79.2야드만을 허용해 전체 1위에 올랐다.

폴스도 팰컨스전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비록 터치다운은 따내지 못했지만 30번 패스를 시도해 23번이나 성공시키며 246야드를 기록했다. 볼 점유 시간에서도 이글스는 32분 6초로 팰컨스보다 4분 이상 많았다.

◆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애런 로저스, 러셀 윌슨, 맷 라이언, 드류 브리스, 캠 뉴튼, 매튜 스태포드 등은 NFC를 대표하는 엘리트 쿼터백들이다. 하지만 이번 컨퍼런스 결승전의 쿼터백 매치업은 닉 폴스(이글스)와 케이스 키넘(바이킹스)의 대결이 성사됐다. 두 명 모두 백업 쿼터백으로 시즌을 출발했기 때문에 NFC 결승에서 폴스와 키넘이 맞붙을 것으로는 그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나이는 29세인 커넘이 1살 많지만 NFL 경력은 폴스가 1년 더 많다. 폴스는 2013년 시즌 부상을 입은 마이클 빅 대신 이글스의 주전 쿼터백으로 나서 27터치다운, 2인터셉션의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당시 지휘봉을 잡았던 칩 켈리 감독은 폴스의 기량을 믿지 않았다. 샘 브래드포드와의 트레이드로 2014년 시즌을 마친 후 팀을 떠나야 했던 폴스는 2015년 3월 10일 세인트루이스 램스에 입단했다. 같은 날 영입된 선수는 공교롭게도 키넘이었다. 키넘을 영입하는 대가로 램스는 휴스턴 텍산스에게 이듬해 신인 드래프트 7라운드 지명권만을 내줬다.

치열한 경합 끝에 주전은 폴스의 차지였다. 하지만 폴스가 11경기에서 7터치다운, 10인터셉션을 기록하며 4승7패로 부진하자 키넘이 그의 자리를 물려 받았다. 주전 쿼터백을 놓고 경쟁하는 사이였지만 두 선수는 돈독한 우정을 쌓았다.

2015년 시즌을 마친 후 방출 통보를 받은 폴스는 26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은퇴를 심각하게 고려했다. 아내와 지인들의 만류로 은퇴 결심을 번복한 그는 이글스에서 자신을 드래프트했던 앤디 리드 감독이 이끄는 캔자스시티 칩스로 이적했다.

램스의 주전 쿼터백으로 2016년 시즌을 출발한 키넘은 9경기를 치른 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번 지명자 제러드 고프에게 밀려나고 말았다. 다시 FA 자격을 얻은 키넘은 바이킹스로 둥지를 옮겨 샘 브래드포드의 백업 쿼터백으로 시즌을 맞았고, 폴스는 신인 드래프트 전체 2번 지명자 카슨 웬츠가 이끄는 친정팀 이글스로 원대 복귀했다.

키넘은 브래드포드가 2주 차 경기에서 부상을 입자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MVP급 활약을 펼치던 웬츠가 14주 차 경기에서 무릎을 다치면서 폴스는 이글스의 주전 쿼터백으로 복귀했다. 이처럼 결코 순탄치 않았던 시간을 보내야 했던 폴스와 키넘 중 슈퍼볼에 진출하는 영광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지 팬들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네소타 바이킹스 선수들 / 사진=AFPBBNews=뉴스1

◆ 원정 징크스를 탈피하라

‘미네아폴리스 미러클’은 NFL 경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마지막 3분 사이에 리드가 4번 바뀌었다. 특히 종료 1분 30초를 남기고 세 차례나 리드가 바뀐 끝에 승리의 여신은 바이킹스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원정으로 컨퍼런스 결승을 치러야 한다. 바이킹스는 1982년부터 돔 구장에서 홈 경기를 치렀다. 지난 35년간 원정 경기로 치른 15번의 플레이오프에서 승리를 차지한 것은 고작 세 차례에 불과하다.

이글스의 홈 구장 링컨 파이낸셜 필드는 잔디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 매서운 추위와 폭설로 그라운드가 매우 미끄럽다. 팰컨스의 와이드리시버 훌리오 존스는 디비전 라운드 종료 직전 엔드존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역전 터치다운을 잡아내지 못했다.

바이킹스가 정규시즌에서 당한 3번의 패배 중 2번은 야외 구장에서 치른 원정 경기였다. 쿼터백 키넘은 돔에서 치른 경기에서 패서 레이팅 105.1을 기록했지만 나머지 경기에서는 88.7에 그쳤다.

바이킹스는 정규시즌에서 15.8실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패싱야드(192.4)와 러싱야드(83.6) 모두 리그에서 두 번째로 적게 허용했다. 상대가 세 번째 다운에 몰렸을 때 퍼스트다운을 내준 것은 25.2%로 역시 전체 1위에 올랐다.

바이킹스가 이처럼 막강한 수비력을 자랑하게 된 배경은 강력한 태클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러싱 공격을 펼칠 때 최초 컨택 후 1.38야드만을 허용했다. 또한 패스를 잡은 후에도 1.37야드밖에 더 전진하지 못했다. 다시 말해 뉴올리언즈 세인츠의 마커스 윌리엄스처럼 어이없는 태클 실패로 딕스에게 결승 터치다운을 내준 것과 같은 빅플레이는 거의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년 200만 달러의 조건으로 바이킹스에 입단한 키넘은 정규시즌에서 3547야드, 22터치다운, 7인터셉션으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ESPN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체결된 FA 계약 중 바이킹스가 키넘을 영입한 것을 단연 1위로 꼽았다. 세인츠와의 디비전 라운드에서도 키넘은 브리스보다 24야드가 많은 318패싱야드를 따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만약 이글스전을 승리로 장식한다면 바이킹스는 역사상 처음으로 홈 필드 이점을 안고 슈퍼볼을 치르게 된다.

◆ 전문가 예상: 바이킹스 3점 차 우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