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美 대신 유럽…국채시장 판도 바뀌나

미국(하양)·유럽국채 평균 금리 추이(단위: %)/자료=블룸버그

미국 국채시장의 양대 투자 큰손인 중국과 일본이 미국 국채 대신 유럽 국채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 국채는 공급 물량과 환율 변동성을 피하는 데 드는 환헤지 비용 부담이 커진 반면 유럽은 최근 부쩍 탄탄해진 경기회복세를 배경으로 투자 매력을 뽐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큰손들의 변심이 글로벌 채권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지적한다.


블룸버그는 19일 중국과 일본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대신 유럽 국채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로화로 발행한 채권 수요가 늘면서 발행 물량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는 설명이다. 벨기에는 이번주 새로 발행한 국채의 16%를 아시아에 팔았다. 1년 전만 해도 이 지역의 몫은 1%에 불과했다.

지난해 11월 현재 외국인이 보유한 미국 국채 가운데 중국과 일본이 차지한 비중은 36%로 18년 만에 최저 수준이 됐다.

무엇보다 공급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미국 국채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렸다. 시장에서는 올해 미국 국채 공급 물량이 2배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감세와 대규모 기반시설 투자를 통한 재정부양을 추진하면서 재정적자 부담이 커진 탓이다.

그 사이 유럽 경제는 재정위기 수렁에서 벗어나 강한 회복세를 띠고 있다. 덕분에 유로화는 지난 1년간 주요 10개 통화 가운데 강세가 가장 돋보였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부양을 위해 국채 매입(양적완화)을 지속하고 있는 것도 유럽 국채에 대한 투자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이 됐다.


일본에서는 미국 국채를 매입하는 데 따른 환헤지 비용 부담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블룸버그는 일본 투자자들이 지난해 11월까지 2개월 연속 미국 국채를 순매도하며 독일과 프랑스 국채를 사들였다고 지적했다.

벤 이먼스 인텔렉투스파트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환헤지 비용 상승이 더 많은 아시아 투자자들을 미국 국채에서 유럽 국채로 내몰 수 있다"며 "아시아시장에서 미국 국채 공급 증가세를 우려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럽 국채는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채 수요를 빨아들이고 있다. 블룸버그와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가 내는 미국 국채 지수에 반영된 평균 금리는 2.5%가 넘지만 유럽 국채 금리는 평균 1%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