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소프트뱅크, 우버 최대 주주 등극…신흥시장 포기하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AFPBBNews=뉴스1

일본 소프트뱅크가 세계 최대 차량공유서비스업체 우버의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소프트뱅크는 '어디서나, 모두를 위해'(everywhere, for everyone)라는 우버의 기존 전략을 폐기하고 안방인 미국과 유럽시장에 집중할 태세다. 현지업체와의 경쟁으로 고전해온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 일부 신흥시장에서 발을 뺄 수 있다는 얘기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이날 우버에 대한 93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의 출자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소프트뱅크는 컨소시엄 형태로 17.5%, 단독으로 15%의 지분을 보유한 우버의 최대 주주가 됐다.


소프트뱅크는 이미 싱가포르 그랩, 중국 디디추싱, 인도 올라 등 우버의 지역 경쟁사에 투자했다. 지난해 11월 소프트뱅크의 우버 투자설이 제기되자 우버가 이들과 손잡고 시장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당시 우버는 성희롱·성차별 파문으로 내홍을 겪고 있었다. 이 여파로 공동창업자인 트래비스 캘러닉 CEO(최고경영자)도 물러났다.

라지브 미스라 소프트뱅크 이사는 이날 FT와 회견에서 우버에 대해 시장의 예상과 다른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자로 우버 이사회에 합류하게 된 그는 '어디서나, 모두를 위해'라는 우버 창업자들의 비전 대신 미국과 유럽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겠다고 했다.

미스라는 우버가 미국과 유럽, 남미, 호주 등 핵심시장으로 복귀하면 더 빨리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미국에서 잃은 점유율을 회복하고 유럽 주요시장에서 성장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스라 이사는 그러면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나라에서 손실을 줄이는 게 문제가 아니라 핵심시장에서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버는 성장기업으로 단지 손실을 줄이는 게 문제가 아니다"며 "손실이 10억달러가 넘든, 5억달러가 안 되든 무슨 상관이냐"고 되물었다.

우버는 고전하던 신흥시장 일부에서 이미 발을 뺐다. 2016년에는 중국 사업을 디디추싱에 팔았고 지난해 6월 캘러닉이 물러난 직후에는 러시아 사업을 현지 업체인 얀덱스와 합쳤다. 다만 인도와 동남아시장에서는 여전히 올라, 그랩 등 지역 강자와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후발주자인 리프트에 시장을 잠식당했다.

FT는 소프트뱅크의 투자로 우버를 되살리기 위한 다라 코스로샤히 CEO의 권한이 더 세질 것이라며 내년 10월로 예상되는 IPO(기업공개)에 앞서 재무 여건을 개선하는 게 당면과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로이터는 소프트뱅크가 이번 투자 과정에서 우버의 기업가치 평가액을 680억달러에서 480억달러로 30% 낮췄다고 전했다. 캘러닉 전 우버 CEO는 이번에 자신이 갖고 있던 지분 10%가 가운데 약 3분의 1을 14억달러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