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 사상최대 실적… 가상통화 채굴 수요 급증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가상통화(암호화폐) 비트코인 모형. /AFPBBNews=뉴스1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암호화폐) 채굴을 위한 장비 수요가 늘면서,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 실적이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18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쿼츠 등에 따르면 TSMC는 이날 지난해 매출 9774억대만달러(약 35조4800억원), 순이익 3431억대만달러(12조45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각각 한 해 전보다 3%씩 늘어난 수치다. 이로써 TSMC는 6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남기게 됐다.

반도체 회사는 설계와 생산 역량을 모두 갖춘 종합반도체회사, 생산 공장 없이 설계만 하는 팹리스, 팹리스 등에서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파운드리 전문 업체 등으로 나뉜다. TSMC는 애플과 퀄컴 등을 고객사로 둔 업체로,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절대 강자로 군림한다. 최근에는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 채굴기 수요가 늘면서 실적이 크게 향상됐다.

허리메이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이날 실적 발표회에서 "아이폰X 등 새로운 스마트폰 출시와 가상통화 채굴용 수요 증가가 실적 성장을 이끈 두 가지 요인"이라며 "가상통화 관련 성장세가 눈부시다"고 강조했다.

TSMC가 가상통화 채굴기용으로 어느 정도의 수익을 올렸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류더인 CEO(최고경영자)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가상통화 채굴 관련 매출은 3억5000만~4억달러(약 3729억~426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TSMC로부터 가상통화 채굴기용 반도체를 대량 구매한 사업자로는 중국의 가상통화 채굴업체 비트메인이 지목된다. 비트코인 채굴업계의 큰손 우지한이 이끄는 비트메인은 '앤트마이너'라는 채굴기를 제작, 판매하고 있다.

다만 가상통화 채굴기용 반도체 수요가 올해도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중국과 한국 등 각국 정부가 강도 높은 규제를 예고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출렁였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5~17일 사이 30% 급락했지만, 이후 다시 회복세로 돌아섰다.

류 CEO는 "지난해 하반기 비트코인 채굴용 수요가 많이 증가했지만, 올해 첫 주에는 수요가 상대적으로 평탄했다"면서 "가상통화는 아직 초기 발전 단계로 향후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확실한 것은 인공지능(AI)의 딥러닝과 (가상통화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은 향후 반도체 혁신과 수요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