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년여 만에 또…'오바마 셧다운' 충격은?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국회의사당/AFPBBNews=뉴스1

미국이 4년여 만에 다시 연방정부 기능이 일부 마비되는 '셧다운'(폐쇄) 사태에 빠졌다. 당장은 충격이 크지 않을 전망이지만 잠재적인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셧다운 상태에서도 남은 예산과 정책 유연성을 동원해 가능한 한 많은 연방정부 기관을 계속 운영할 방침이기 때문에 셧다운 충격이 제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셧다운이 일어나면 연방정부 기관에 소속된 공무원 상당수가 곧장 일시 휴가 상태가 된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3년 10월 셧다운이 발생했을 때는 비군사 부문 공무원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약 85만명이 휴가를 받았다. 다만 치안, 의료, 국방 등 연방정부의 필수업무는 셧다운 영향에서 자유롭다.

믹 멀배니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전날 셧다운이 임박하자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와 다르게 셧다운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다른 고위관리들도 셧다운 규정에 대한 유연성을 강조했다.

멀배니는 국립공원을 예로 들었다. 2013년 셧다운 때는 국립공원 문을 닫았지만 이번엔 폐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공원 내 쓰레기는 처리하지 못해도 보안상 필요한 인력을 유지하는 식으로 운영 명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성장률 추이(단위: 연율기준 전분기 대비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그러나 셧다운 피해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에서 셧다운 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말 낸 보고서에서 셧다운이 발생하면 같은 해 4분기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매주 0.2%포인트씩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S&P는 셧다운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신호탄이 된 리먼브라더스 붕괴 사태보다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봤다.

S&P는 2013년 10월에 16일간 이어진 셧다운과 1995~96년 한 달 동안 지속된 셧다운을 분석 근거로 삼았다.

2013년 셧다운을 겪은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훗날 셧다운의 충격이 실제보다 더했다고 평가했다. 한 예로 당시 공무원들이 일시휴가로 날린 근무일수가 총 660만일에 달했는데 연방정부는 셧다운이 풀린 뒤 이에 대한 급여를 모두 메워줘야 했다. 20억달러에 달하는 이 급여는 정부의 순손실이 된 셈이다.

당시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셧다운 여파로 2013년 4분기 성장률이 0.2~0.6%포인트 떨어지고 일자리가 12만개 줄었다고 분석했다. 미국 월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개혁에 따른 감세 효과가 올해 성장률을 약 0.3%포인트 정도 끌어올릴 것으로 본다. 2013년과 같은 수준의 셧다운 피해가 재연되면 감세 효과가 모두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미국은 이날 오전 0시가 지나면서 공식적인 셧다운 상태가 됐다. 상원이 임시 예산안을 처리하는 데 실패한 탓이다. 하원이 지난 18일 가까스로 한 달 더 집행할 수 있는 임시 예산안을 승인했지만 상원은 이민정책 등을 둘러싼 논란 속에 교착상태를 풀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지금껏 모두 18차례의 공식 셧다운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