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민당 오늘 대연정 협상 찬반투표… '찬성' 전망 우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 왼쪽)와 마틴 슐츠 사회민주당 대표. /AFP=뉴스1

독일 제1야당 사회민주당(SPD, 이하 사민당)이 21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기독사회당(이하 기민·기사당) 연합과 대연정 협상에 나설지 여부를 표결에 부친다. 대연정 불발시 사민당이 받을 역풍도 만만찮아 '통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사민당은 이날 본에서 특별 전당대회를 열어 600명의 대의원들을 상대로 본협상 진행 여부를 묻는다. 지난 12일 타결된 예비협상안을 진행시킬지 여부를 묻는 것이다.


만약 이날 사민당 투표에서 예비협상안이 승인되면 사민당은 기민·기사당 연합과 본협상에 들어간다. 이후 44만명의 사민당 당원을 대상으로 전체 찬반투표를 실시해 여기서 최종 승인이 되면 4월 경 새 정부가 구성된다.

반면 통과가 불발돼 대연정이 무산되면 독일은 재투표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9월 총선에서 자신이 이끄는 기민·기사당이 제1당 자리는 사수했지만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넉 달째 정부를 꾸리지 못했다. 대연정 절대 불가에서 뒤늦게 입장을 바꾼 사민당과의 대연정이 메르켈로선 안정적 국정운영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다.

사민당으로서도 대연정 불발 시 정치적 혼란이 초래될 경우 자신들이 받게 될 역풍을 우려하고 있는 만큼 대연정 구성이 성공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공영방송 ZDF가 1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민당 지지층의 75%가 예비협상안 통과를 예상했다.


사민당 지도부도 대연정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안드레아 날레스 사민당 원내대표는 독일 언론 벨트암존탁과의 인터뷰에 "대연정 협상 개시가 가능할 것"이라며 "만약 이 옵션이 실패할 때 벌어질 결과를 고려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사민당 내 좌파 그룹은 중도 우파 성격의 기민·기사당과의 연합이 당의 정체성을 해친다며 대연정을 반대해 왔다. 특히 사민당 청년연합 '유소스(Jusos)'는 여전히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사민당 내부에서도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시장도 이날 투표 결과에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투표 결과가 최근 급등한 유로화의 방향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 있어서다. 달러/유로 환율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기 개선 기대감 등에 지난달 중순 1.17달러/유로에서 지난 19일 1.22달러/유로까지 급등(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 급등)했다.

울리히 렌치만 코메르츠방크 외환 및 이머징 리서치부문 대표는 "21일 투표는 유로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투표에서 부결이 될 경우 불확실성이 커지며 유로 약세 재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모간스탠리도 사민당의 투표가 유로 방향에 단기적으로 핵심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주장했다. 모간스탠리는 대연정 협상이 무산 된다면 달러/유로 환율이 1.17달러/유로까지 하락하고, 반대로 통과 된다면 1.23달러/유로까지 상승할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