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때 각오로 미세먼지 대응"…정면돌파하는 박원순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21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미세먼지 관련 추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18.1.2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5년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질환) 사태 당시 심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독자적 정면대응을 선언했다. 당시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는 말을 남기며 시민 참여를 이끌어냈다. 21일 미세먼지 대책 기자회견도 일요일에 전격 개최돼 메르스 사태 당시를 떠올리게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은 미세먼지 문제를 메르스 사태에 준할 정도로 심각하게 보고 총력 대응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제안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개정은 차량 친환경등급제와 함께 오래 전부터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때 차량 의무2부제 실시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위임한다는 내용이다.

국무회의를 앞둔 월요일인 22일 발표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미세먼지 사태의 심각성에 비춰 "한가한 생각"이라고 일축했다는 말도 들린다.

박 시장은 14~18일 미세먼지대란 때 실시한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서 대중교통 무료운행만 부각돼 정쟁화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료운행 방침은 이미 지난해 6월부터 예고됐고 차량 의무2부제로 가기 위한 일시·과도기적 조치인데 본말이 전도됐다는 시각이다.


박 시장은 노인·장애인 지하철 무임승차에도 서울교통공사의 적자를 늘리며 연간 4000억원 가까이 쓰는데 국가적 이슈가 된 미세먼지 대책을 위한 일시적인 대중교통 무료실시를 문제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보인 바 있다. 무료운행 비용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대기질 개선에 기여한 시민에게 수혜가 돌아가기 때문에 낭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복지비용 부정수급처럼 실제 참여하지 않고 혜택을 받는 도덕적 해이도 있을 수 없다는 점도 있다.

박 시장은 애초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차량 의무2부제로 가기 위한 사전포석이었으니 소모적 논란을 불식하고 곧바로 본론으로 직진하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차량 의무2부제 카드가 나오면서 미세먼지 대책의 쟁점도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연이은 여론조사에서 시민의 70% 이상이 미세먼지가 심각할 때 차량 의무 2부제에 참가할 의사가 있다는 결과가 나온 바도 있다.

다만 차량 의무2부제를 통한 교통량 조정이 미세먼지 저감의 핵심이냐는 반론도 제기될 전망이다. 중국 등 국외적 영향이 크고 더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한데 2부제로 시민 불편만 부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외적 영향은 서울시 권한으로는 실제 대응에 한계가 있고 근본적인 조치는 당장 치명적인 미세먼지대란에 대처하기에 중장기적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 뚜렷해 논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은 국무회의에서 시행령 개정을 포함해 정부와 수도권 광역단체가 참여하는 범정부TF 구성 등도 제안할 계획"이라며 "물리적 절차가 있겠지만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이전에 마무리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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