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혁명의 시작…무인결제 마트 '아마존Go' 오픈

22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아마존 본사 1층에 문을 연 무인 계산 식료품 매장 '아마존 고'(Amazon Go). /AFPBBNews=뉴스1

'물건값 계산을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이란 표현이 사라질까.

무인결제 시스템을 갖춘 식료품점 '아마존 고'(Amazon Go)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정식 개장했다. 사고 싶은 물건을 꺼내 그냥 들고 나오면 자동으로 결제되는 점포다. 업계에서는 "유통 혁명이 시작됐다"는 기대감과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


# "그냥 나가세요!"

아마존 고는 지난 2016년 말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아마존 본사 1층에 167㎡ 규모로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직원을 대상으로만 운영됐다. 정식 운영 전 각종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시스템은 완벽하지 않았다. 20명 이상이 동시에 쇼핑하거나, 물건을 너무 빨리 집어 들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아마존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범 운영을 진행하며 문제점을 고쳐나갔다.

아마존은 무인 계산 시스템을 '그냥 나가세요'(Just Walk Out)라고 부른다. 물건을 고른 후 계산할 필요 없이 나오면 된다. 내 장바구니에 담긴 물건을 인공지능(AI)이 파악하고 알아서 계산해준다. 컴퓨터 비전(화상인식·처리 기술), 인공지능의 딥러닝(심층학습) 기술과 다양한 센서가 융합된 것이다. 자율주행차에 쓰이는 기술과 매우 흡사하다.


아마존 고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전용 앱(응용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앱에서 생성되는 QR코드(2차원 바코드)를 매장 입구에 찍으면 입장할 수 있다. 여러 명이 함께 입장할 때는 한 명이 여러 번 찍으면 된다. 입장 이후에는 모든 것이 자동으로 진행된다. 고객이 선반에서 물건을 집는 순간 천장과 진열대에 설치된 센서가 자동으로 장바구니를 생성한다. 환급도 앱을 이용해 간단히 요청할 수 있다.

아마존 고는 온라인 세상을 벗어나 오프라인까지 영역을 확장하려는 아마존의 야심을 보여준다. 아마존은 지난해 유기농 식품판매 업체 홀푸드마켓을 인수한 데 이어 로스앤젤레스(LA)와 시카고, 뉴욕 등지에서 오프라인 서점도 열었다.

미국 IT(정보기술) 전문매체 인버스는 "아마존 고가 아직 시애틀을 벗어나거나, 홀푸드 매장에 적용될 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만약 시범 사업이 성공한다면) 가까운 미래 확실히 성장해 기존 유통 산업과 저임금 노동자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마존 고는 사람들이 물건을 사는 방식을 바꾸고, 55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소매점 업계를 뒤흔들기 위한 야심 찬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아마존 고에서 쇼핑 중인 아마존 직원들. /사진=블룸버그

# 일자리가 줄어든다

아마존 고가 문을 열면서 무인매장 확대로 인한 일자리 감소 논란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2016년 5월 기준 미국에서 마트, 쇼핑몰, 은행 등에서 일하는 계산원은 350만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90만명 가까이가 식료품점에서 일한다. 아마존 고가 대중화된다면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 CNBC는 "아마존 무인매장 기술의 확장은 (관련 산업에) 거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프 베조스(아마존 창업자) 사이의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아마존 고가 100% 무인화를 이룬 것은 아니다. 샐러드와 샌드위치 등 신선식품 조리와 자재 조달 등을 위해 10여명이 일한다. 상품 진열대 관리도 사람이 맡는다. 아마존은 홀푸드 인수 이후 월마트에 이어 미국 내 둘째로 많은 사람을 고용한 회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 경제매체 쿼츠에 따르면 아마존이 고용하는 인원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아마존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서점 등과 같은 업종에서 일자리 17만개가 사라졌다. 반면 아마존이 지난해 해외를 포함해 새로이 고용한 인력은 14만6000명에 그쳤다.

아마존은 배달용 드론이나 창고관리 로봇 등의 개발에 엄청난 투자를 진행 중이다. 작년에 7만5000대의 로봇도 실제 업무에 투입했다. 쿼츠는 "인과관계를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로봇 증가와 인간 일자리 감소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