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고발 확대…법인·임원 외 '실무자'도 포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거래 행위 고발 대상에 법인 뿐 아니라 개인도 포함하기로 했다. 특히 총수일가, 임원 뿐 아니라 불법행위에 적극 가담한 실무진도 고발 조치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22일 이 같은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 위반행위의 고발에 관한 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행정예고 기간은 23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다.


개인 고발 기준을 확립한 게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고발 기준은 △의사결정 주도 여부 △위법성 인식 정도 △실행의 적극성 및 가담 정도 △위반행위 가담기간 등 4개다. 점수는 상(3점), 중(2점), 하(1점)로 나뉜다. 2.2점 이상을 받은 개인은 고발당한다.

현재 공정위는 법인 고발만 점수표에 근거해 실시한다. 법인은 공정거래법·표시광고법·가맹사업법·대규모유통업법 등에서 법 위반 정도가 일정 점수를 넘으면 고발 대상에 오른다.

반면 개인 고발은 계량화된 점수표가 없었다. 공정위는 그동안 개인 고발을 의사 결정에 관여하거나 적극 실행했는지 여부를 따져 정성적으로 판단했다.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있었다. 개인을 고발하더라도 실무진은 관행적으로 제외됐다. '개인 직위'를 고려하도록 한 조항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 고발은 법인에 집중됐다. 개인 고발이 이뤄져도 임원에 그쳤다. 실제 공정위가 2016년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로 고발한 법인은 101개였다. 하지만 개인은 8명에 불과했다.


이번 조치는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지난해 11월 관련 규정 개정 방침을 밝히면서 속도를 냈다. 김 위원장은 당시 "재벌의 법 위반 행위는 '다 고발할 것'"이라며 "임원·등기이사는 물론이고 실무진도 고발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법인 고발은 과징금 부과 결정 시 따르는 기준으로 통일했다. 과징금 점수표 상 법 위반 점수가 1.8점이 넘는 법인을 고발 대상으로 규정했다. 기존에는 불법행위를 제재할 때 과징금 기준, 고발 기준이 따로 있었다.

일각에서는 실무진이 책임을 떠맡는 '꼬리 자르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총수 일가나 임원진이 개인 고발을 악용해 실무진에게 불법행위 '덤터기'를 씌울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부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을 권리가 있는 실무진에게 (불법행위로) 고발당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줄 것"며 "부당한 지시를 받은 실무진이 자신의 고발 점수를 낮추기 위해 사실대로 말하는 등 법 위반 억지력을 제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