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법 선물 10만원? 신고도 없는데…" 경찰 '냉소'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1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김영록 장관이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민원인들 만나도 무조건 저희가 밥 삽니다. 허용 가격이 올랐다 해도 그 선물 딱히 받고 싶지 않네요." (경찰청 관계자)

"청탁금지법요? 소리만 요란했지…. 내가 담당인데 아직 한 번도 조사해 본 적이 없어요." (서울 모 경찰서 관계자)

청탁금지법(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으로 농축수산품 선물 상한액이 10만원으로 올랐지만 수사 주체이자 적용 대상인 경찰들은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적발 자체가 어렵고 신고가 들어오더라도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어 법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줄었다는 평가다.

23일 경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청탁금지법 개정안에 대한 문의는 안팎으로 전무한 수준이다. 정부는 17일 청탁금지법 시행령을 개정하며 농축수산물과 농축수산가공품 선물에 한정해 기준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렸다.

청탁금지법 교육을 담당하는 서울 모 경찰서 청문감사관은 "서내 경찰들에게 개정 사항에 대해 일괄적으로 안내했지만 문의는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초창기 법 정착 시기에 작은 선물도 받지 말자는 인식이 홍보가 된 터라 상한액에 상관없이 무조건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요즘은 신고도 드물다. 또 다른 서울 모 경찰서 수사과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청탁금지법 관련 신고가 들어온 적도 없을뿐더러 접수되더라도 우리 서에서 신고가 처벌까지 이어진 적은 전혀 없었다"며 "다른 서도 사정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청탁금지법으로 실질적 처벌이 어렵다는 게 확인되면서 국민적 관심도가 떨어졌다고 분석한다.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2016년 9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접수된 청탁금지법 신고 4052건 중 과태료나 기소 등 제재가 가해진 것은 1%도 안 되는 40건(금품 수수 38건, 부정청탁 2건)에 불과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은 특정 신분의 사람이 대가성 없이 돈만 받아도 성립하는 것이므로 조사 건수 대비 기소율이 낮은 편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내부자인 신고자가 갑자기 출석 요구에 불응해 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등 다양한 이유로 처벌이 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전반적인 사회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이 입법 취지에 맞게 제대로 정착하려면 내부고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개선되는 등 범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