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하나금융 '갈등', 게임 끝인가 2R 시작인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3연임 과정에서 금융당국간 갈등이 최대 리스크였다. 갈등은 지난해 11월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회사 지배구조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시작됐다.

금융당국은 최 위원장이 특정인이나 특정회사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지배구조 시스템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금융지주 회장이) 경쟁자들을 인사조치해 자기 혼자 계속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는 발언 때문에 시장의 시선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향했다.


갈등의 골은 김 회장의 지난해 12월4일 발언으로 더욱 깊어졌다. 김 회장은 당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직 CEO(최고경영자)와 임원들이 근거 없는 음해성 소문을 낸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금융당국이 음해성 소문을 듣고 지배구조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졌다.

금융당국은 “제 발이 저린 모양”이라며 불쾌함을 드러냈고 “실태가 어떤지 점검해보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얼마 후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금융회사의 전반적인 지배구조에 대한 검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하나금융에 대해 실시한 검사를 바탕으로 회장 후보 관리 등에서 회장 영향력을 배제하고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을 변경하라는 경영유의사항을 공시했다.

하나금융은 금감원 권고에 따라 회추위 구성과 운영을 변경했지만 윤종남 이사회 의장은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개입하면 관치의 우려가 있다”며 불편함 기색을 내비쳤다.


금감원은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가 검사를 요청한 아이카이스트 대출 부실과 중국 투자건에 대해서도 검사에 착수했다. 은행권 전반에 걸쳐 동시에 진행되는 검사이긴 했지만 채용비리 검사도 병행했다.

갈등은 금감원이 하나금융 회추위에 회장 추천 일정 조정을 요구하며 최고조에 달했다. 검사가 진행 중인 만큼 회장 후보 선출 일정을 늦추라는 권고였다. 하지만 하나금융 회추위는 ‘이미 후보 인터뷰 일정이 잡혀 있어서 어렵다’는 이유로 예정대로 일정을 진행했다. 이는 금감원 부원장이 직접 회추위원들에게 권고한 얘기를 곧바로 거부한 것으로 해석됐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의 인사 관치가 심하다는 비판도 거세졌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가 나서며 갈등은 진정 국면으로 전환됐다. 청와대는 ‘민간회사의 인사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는 원칙론을 밝혔지만 금감원은 ‘회장 선출 일정이 끝날 때까지 검사를 확대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하나금융 회추위는 남은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22일 최종 후보로 김 회장을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하나금융과 금융당국간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이것으로 끝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감원은 하나금융에 검사역 10여명을 투입한 상태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검사는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회추위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됨에 따라 검사 과정에서 파악된 내용을 회추위에 전달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검사 결과에 따라 제재할 사항이 있으면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는 것.

금융당국과 하나금융간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나은행이 금융지주로 전환할 때도,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도 당국과 갈등을 빚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하나캐피탈의 저축은행 투자 건이었다. 금융당국은 하나캐피탈이 2011년 미래저축은행에 투자해 손실을 본 사건에 대해 2014년에 검사를 실시했다. 검사는 3차례에 걸쳐 강도높게 이뤄졌다. 그 검사로 당시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문책적 경고’를 받아 은행장에서 사퇴했다. 김승유 전 회장은 퇴임한 후였지만 재직 때 일이라 ‘주의적 경고’를 받아 고문직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