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 얻고도 수억 '돈방석' 재건축 '광풍' 멈출까

@머니투데이 김현정 디자이너

정부가 아파트 재건축 시장을 겨냥해 연일 압박에 나섰다. 서울의 집값 불안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이 재건축 과열현상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건축 부동산시장에 고강도 규제를 예고하면서 재건축을 투자수단으로 이용할 수 없게 한다는 방침이다.
　
22일 국토교통부가 서울 주요 재건축단지의 초과이익환수부담금(이하 부담금)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재건축의 조합원 1인당 부담금은 평균 4억3900만원으로 나타났다. 단지별로 최대 8억4000만원이 부과되는 경우도 있었다.
　
수억 원의 부담금이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는 조합원이 얻는 이익의 일부에 불과하다. 초과이익환수제란 조합이 재건축을 통해 얻은 이익이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으면 초과금액의 최고 50%를 재건축부담금으로 내도록 한 제도다. 부담금이 8억4000만원에 달한다는 것은 조합원당 평균이익이 16억원 이상 된다는 의미다.
　
그간 부동산업계에선 서울 주요지역 재건축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다. 낡은 저층 아파트를 화려한 고층 아파트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에서 늘어난 가구 수를 일반에 분양해 고수익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익률은 부동산시장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었지만 강남권 등 주요지역 조합원 자격을 얻으면 새 아파트에 입주함과 동시에 수억 원의 환급금을 얻는 경우도 많았다.
　
대표 사례가 서초구 반포동의 ‘신반포1차’를 재건축한 ‘아크로리버파크’다. 지상 5층 790가구 규모였던 신반포1차는 재건축을 통해 2016년 8월 지상 최고 38층 1612가구로 탈바꿈했다. 가구 수가 2배 이상 늘어나 분양수익도 컸다. 2013~2014년 분양 당시 분양가는 3.3㎡당 4000만원 안팎의 초고가여서 수익률이 더 높아졌다.
　
높은 수익률 덕분에 재건축 전 신반포1차 84㎡(이하 전용면적)를 소유한 사람은 무상으로 129㎡를 받았고 같은 면적 84㎡를 신청하면 7억~8억원을 환급금으로 돌려받았다. 다른 강남권 재건축단지 역시 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를 거저 얻다시피 하고도 수억~수십억 원의 이익을 남기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정부가 재건축에 규제 칼을 댄 것은 이같은 과도한 이익이 재건축 투기수요를 불러오고 이것이 다시 주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초과이익환수는 조합이 거둔 과도한 이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거둬 수익성을 낮추기 위한 조치다.
　
지난 18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재건축에 대해 “일부 재건축은 구조적 안전에 이상이 없는데도 수익성 때문에 사회적 자원을 낭비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재건축 규제 강화를 시사했다. 안전진단 강화나 재건축연한 연장 등으로 재건축으로 쏠리는 과도한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의도와 달리 재건축 시장의 인기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재건축규제를 강화할수록 공급부족과 새 아파트 수요 증가 현상이 맞물려 재건축 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며 “오히려 시장불안만 야기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토부는 이날 재건축 부담금의 위헌성을 부인하고 이달부터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와 행정법원이 미실현 이득에 대한 부담금 부과가 문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1994년 7월29일 토지초과이득세의 위헌 여부 판결에서 과세대상인 자본이득의 범위에 미실현 소득을 포함할지는 △과세목적 △과세소득의 특성 △과세기술상 문제 등을 고려해 판단하는 입법정책의 문제로 헌법정신에 반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다. 행정법원도 2013년 재건축 부담금 위헌법률 제청신청에 대해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산정돼 부과됐다고 기각했다.
　
부담금이 이중과세가 아니란 점도 분명히 했다. 재건축 부담금은 정상주택가격 상승분을 제외한 초과이익에 대한 부과고 양도소득세는 주택가격 상승분에 대한 부과란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담금은 재건축사업으로 인한 용적률 상승, 인구집중 등이 도심기능에 미치는 부담을 완화하고 개발이익의 사유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도심혼잡, 과밀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