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 세이프가드 발동에 'WTO 제소' 맞대응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본사에서 열린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와 관련 민관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미국이 세탁기 및 태양광패널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 데 대해 정부가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카드를 뽑아들어 맞대응하기로 했다.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양허정지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3일 서울 서린동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민관합동대책회의에서 "부당한 조치에 대해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겠다"며 "오는 2월에 열리는 WTO 분쟁해결기구(DSB)에서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정부가 국익 수호를 위해 보호무역주의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세이프가드 조치 대상국과 공동대응하는 방안도 적극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향후 3년간 연간 120만대를 초과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형 가정용 세탁기 수입물량에 최대 50%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세이프가드 발동을 승인했다. 연간 120만대 한국산 세탁기 수입물량에 대해서 첫해 20%, 2년째 18%, 3년째 16% 관세 부과를 추진한다. 초과물량에 대해서는 첫해 50%, 2년째 45%, 3년째 40% 관세를 부과한다.

한국 등에서 수입한 태양광 제품에 대해서는 2.5GW(기가와트)를 기준으로 첫해 30%, 2년째 25%, 3년째 20%, 4년째 1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우리 통상 당국은 미국 조치가 과도하고 WTO 규범에 위반될 소지가 명백하다며 유감을 표했다.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동하기 위해서는 △급격한 수입의 증가 △심각한 산업피해 △수입증가와 산업피해간 인관계가 충족돼야 하지만, 발동 요건을 전혀 충족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세탁기의 경우 미국 제소업체의 시장점유율과 영업이익률 추이를 볼 때 심각한 산업피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한국산 세탁기가 산업피해 원인이 아니라고 판정했음에도, 최종 조치에서 한국산 세탁기를 수입규제 대상에 포함시킨 건 WTO 협정에 위배된다는 설명이다.

태양광 역시 최근 태양광 패널 수입이 증가한 건 사실이지만, 이는 미국 내 태양광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가 주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미국 태양광 산업이 어려움에 처한 것은 풍력·가스 등 타에너지원과의 경쟁 격화, 경영 실패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한 결과지만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과거 WTO 상소기구 재판관 경험에 비춰봤을때 이번에 제소할 경우 승소할 수 있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김 본부장은 WTO회원국 간 분쟁 최종 판단자 역할을 하는 WTO 상소기구 위원을 지낸바 있다.

그는 "동시에 보상 논의를 위해 미국에 양자 협의를 즉시 요청할 것"이라며 "적절한 보상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 제품에 대한) 양허정지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WTO협정은 세이프가드로 자국의 시장개방 수준을 축소하는 경우 다른 품목 관세를 인하하는 등 적절한 방식으로 상대국에게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미국이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16년만에 세이프가드를 꺼내들었지만, 그동안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 활발히 진출해 온 우리 기업의 앞길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며 "업계 애로해소와 국익 수호를 위해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미 FTA 개정협상과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건 미국 기업 월풀이 제소한거고 한미 FTA는 별도 협상이기 때문에 별개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미 미국을 상대로 승소한 세탁기, 유정용 강관 WTO 분쟁에 있어서도 양허정지 등 관련 절차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2016년 9월 승소한 WTO 한미 세탁기 분쟁 관련 WTO에 양허정지를 요청했고, 지난 12일 최종승소한 유정용 강관 분쟁에 대해서도 미국에 반덤핑기법 시정 등 이행을 촉구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양허정지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오는 24일과 26일 각각 태양광, 세탁기 등 업종별 대책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