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걱정에 서울시 엄마들 아이디어 '봇물'

(서울=뉴스1) 이헌일 기자 =

23일 오전 중구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열린 '아이들이 맘껏 숨 쉬는 서울' 타운홀 미팅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서울시 제공) © News1

"공공형 실내놀이터를 만들어 주세요."
"어린이집 공기청정기 관리 상황을 알고 싶어요."
"미세먼지 많은 날 어린이집 야외활동 의무기준을 완화해주세요."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미세먼지 정책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여한 토론회에서 이처럼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박 시장은 이런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한편 시민들이 미세먼지 정책 결정과 예산편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시는 23일 오전 중구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아이들이 맘껏 숨 쉬는 서울'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원순 시장과 시 관계자, 영유아 학부모 등 약 50명의 참석자들이 미세먼지 정책과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

영유아 학부모들은 일상 속에서 겪은 불편함을 토대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다. 네이버 카페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의 회원이자 두 아이 엄마인 이지현씨는 "지난주 저희 아이는 미세먼지가 심해서 일주일 내내 유치원도 못 가고 집에만 있었다"며 "공기가 나빠도 아이들은 나가고 싶어하고 뛰어 놀면서 에너지를 발산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이 때문에 실내 놀이공간에 대한 요구가 급증하고 있다"며 "카페에서는 '이런 날 어디 가야 하나' '어디에 공기청정기가 있나'라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한 엄마는 아이를 공기가 좋다는 인천공항에 데려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싼 키즈 카페 외에도 저렴하고 마음 놓고 갈 수 있는 공공형 실내놀이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어린이집에 비치된 공기청정기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시내 어린이집에 공기청정기 1만5000여대를 보급했다. 강서구에서 세 아이를 키운다는 한 엄마는 "어린이집의 공기청정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언제 필터를 교체하는지 학부모가 알 수 없다"며 "이를 알아보려 했더니 정보공개청구를 하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할지 몰라서 구청에 민원을 넣었더니 '어린이집측에서 알아서 관리 할 것'이라고 했다"며 "부모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되도록 관련 매뉴얼을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또 용산구의 구립 어린이집 직원 강서희씨는 "저희는 구립이라 공기청정기 5개를 돌려야 하는데 전기세를 무시할 수가 없어 절약하려면 풀가동을 못한다"며 "미세먼지가 심하지 않거나 아이들 활동이 적은 날은 가동을 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어린이집과 관련해 야외활동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해달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7살, 16개월 된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한 엄마는 "아이들은 면역체계가 미숙해 미세먼지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며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평가인증기준에 실외활동이 포함돼 있어 미세먼지농도가 높아도 바깥 활동을 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기준을 바꾸는 동시에 어린이집의 공기질을 평가기준에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보육비 지원을 받기 위한 의무출석기준을 완화해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네이버카페 '중랑맘' 운영자는 "미세먼지 심한 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는 불안한데 무상보육 의무출석일이 있다"며 "의무출석일을 충족하지 못하면 비용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아이를 등원시킬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이외에도 차량2부제 등 미세먼지 대책 홍보를 강화해 달라는 의견, 경유차 교체비용을 지원해 달라는 의견, 차량운행을 줄이기 위해 버스전용차선 등 대중교통 편리성을 높여 달라는 의견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3일 오전 중구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열린 '아이들이 맘껏 숨 쉬는 서울' 타운홀 미팅에서 발언하고 있다.(서울시 제공) © News1

◇박원순 "공공 실내놀이터 도입 추진…정책 시민참여 늘릴 것"

박원순 시장은 다양한 의견에 감사의 뜻을 표하며 공공 실내놀이터 등 아이디어를 적극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또 시민들이 미세먼지 관련 정책 결정에 더 많이 참여하고 예산 배정에도 관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시장은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해 큰 원칙과 철학부터 작은 문제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의견을 주셔서 큰 영감을 얻었다"며 "오늘 의견들은 추후 실무적으로 다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공공형 실내놀이터는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며 "제가 쓸 수 있는 예산인 특별교부금을 실내놀이터 신설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마을별로 특화한 '창의놀이터' 사업에 투입했던 예산을 실내놀이터에 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어린이집의 공기질, 공기청정기 운영상황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공기청정기 운영비 지원도 더 철저하게 관리감독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야외활동 기준도 다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오늘부터 여러분이 참여해서 정책을 결정하고 예산도 결정하셨으면 한다"며 "여러분께 (이런) 권한을 드리겠다고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도 지난해 시민대토론회를 통해 시행한 정책이라고 설명하며 여러 대책에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끝으로 박 시장은 "오늘 제시한 다양한 정책에 대해 서울시에게 '알아서 하라'고 맡겨 놓지 말고 함께 토론하고 만들어 예산에도 반영했으면 좋겠다"며 "민주주의 도시, 서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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