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천만원 이상 가상통화 입출금시 의심거래로 당국에 보고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 23일 가상통화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 중 금융부문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금융위원회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와 1일 1000만원이상 금융거래를 하거나 1일 5회 이상 거래하는 경우 자금세탁 의심거래로 금융당국에 보고된다. 가상계좌가 아닌 법인계좌 등으로 투자자의 자금을 받고 있는 가상통화 거래사이트는 앞으로 금융거래가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가상통화 거래실명제를 위한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서비스는 예정대로 오는 30일부터는 시작된다. 은행의 판단에 따라 신규 가상계좌 발급도 허용된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임시 전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가상통화 거래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에따라 금융회사들은 오는 30일부터 가이드라인에 따라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에 대해선 '강화된 고객확인'(EDD:Enhanced Due Diligence) 제도를 적용한다.

금융회사들은 평상시에도 고객확인(CDD:Customer Due Diligence) 의무가 있지만 자금세탁 등이 의심될 경우엔 EDD를 시행해야 한다. 가상통화 거래사이트는 이번에 EDD 대상으로 정해졌다.

EDD에 따라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에 대해선 금융거래의 목적과 자금의 원천뿐만 아니라 실명확인서비스를 이용하는지, 투자자별 거래내역을 구분 관리하는지, 임직원 계좌를 집금계좌로 활용하는지, 가상통화 관련 정부 정책을 준수하는지 등 10가지 항목을 확인해야 한다.


은행은 가상통화 거래사이트가 실명확인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등 자금세탁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금융거래를 거절해 계좌를 폐쇄할 수 있다. 특히 은행이 EDD 수행을 위해 요청한 정보 제공을 거부한 거래사이트의 계좌는 반드시 폐쇄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특히 이번 점검에서만 가상계좌가 아닌 법인계좌로 운영되는 가상통화 거래사이트가 60여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들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와의 거래 거절 여부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사안이지만 사실상 퇴출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상식적인 은행이라면 이런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와의 거래는 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또 오는 2월부터 가상통화 취급업소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고객이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인지 개별 은행이 식별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한 조치다.

가상통화 거래와 관련된 의심거래 보고도 강화된다. 투자자가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와 1일 1000만원, 7일 2000만원 이상 거래를 하거나 1일 5회, 7일 7회 이상 빈번하게 거래할 경우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자금세탁방지 의심거래로 신고된다.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와의 입출금 기준으로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입금 후 거래 규모는 보고 대상이 아니다.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와 금융거래를 하는 법인이나 단체도 신고 대상이다. 가상통화 거래사이트가 임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과 지속적으로 송금 등 금융거래를 해도 역시 보고된다.

가상통화 거래실명제를 위한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서비스는 오는 30일 시행된다. 신한·NH농협·IBK기업·KB국민·KEB하나·광주은행 등 6개 은행이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정부는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은행들은 오는 30일부터 가상계좌 신규 발급도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은행들이 얼마나 적극적일지는 미지수다. 특히 같은 날부터 가상통화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도 시행되는 만큼 은행들은 이를 지킬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가상계좌 발급 여부는 전적으로 은행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면서도 "자금세탁방지 의무는 은행의 평판 위험에 관련되는 만큼 직원 교육이나 인력보강 등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다 지킬 수 있다는 자신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