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 보유세, 돌고돌아 참여정부?…실패교훈에 신중한 당국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를 위해 세종시 도램마을 인근 상가들을 방문해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정부가 1가구 1주택 보유세 인상을 검토할 것임을 공식화했다. 다주택자 압박이 강남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하지만 실거주자의 담세 능력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세금폭탄’ 논리로 대변되는 참여정부 때 정책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어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일자리 안정자금을 홍보하기 위해 세종시 도담동 상가를 방문하면서 기자들을 만나 부동산 보유세와 관련해 “다주택자에 대한 것을 봐야 한다”면서도 “집 3, 4채가 있어도 한 채 가진 분이 더 비싼 집을 가질 수 있다는 문제를 봐야 한다는 측면에서 균형 있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록 김 부총리가 고가 1주택자에 대해서 보유세 인상을 고려하는 취지가 아니라고 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김 부총리는 “앞으로 구성될 재정개혁특위에서 검토를 진지하게 할 것”이라며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충분한 여론 수렴과 과정에 대한 관리도 중요해 심도 있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총리의 이날 발언은 최근 다주택자 중심으로 보유세 인상 논의가 이뤄지면서 강남 지역에만 ‘똘똘한 집 한채’를 갖기 위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반영됐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위 출범을 앞두고 정책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재정개혁특위는 보유세 인상부터 가상통화 세금 부과 까지 굵직한 세제 현안을 다룬다. 여당과 청와대의 보유세 강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김 부총리가 소극적으로 나올 경우 전반적인 세제 개편에서 정부가 소외될 수 있다.


정부는 보유세 강화 차원에서 종합부동산세를 개편을 유력하게 들여다 보는 것으로 알려 졌다. 실거래가의 60~70% 수준인 주택 공시가격이나 재산세의 과표를 정할 때 반영되는 공시가격 비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할 경우 강남만이 아닌 전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하지만 실제 1주택자 보유세 인상까지는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재산에 부과되는 세금은 소득의 많고 적음을 고려하지 않는다. 지난해 재건축 시공권을 놓고 현대건설과 GS 건설이 맞붙은 서울 강남의 반포 주공 1단지 소유주들의 평균 연령은 74세였다. 대부분 은퇴 생활자들이다. 보유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경우 실거주 주택을 팔고 강남 이외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하기 때문에 조세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

과거 참여정부 때 종부세가 ‘세금폭탄’이라는 공격을 받은 것도 같은 이유였다. 종부세가 2005년 처음 도입됐을 때는 주택 9억원 이상에 부과돼 총 7만676 명(신고인원 기준)에게 총 부과됐다. 이듬해 주택 기준액이 6억원 이상으로 강화되고 개인별 합산이 세대별 합산으로 바뀌면서 대상자가 34만747 명으로 크게 늘었다.
결국 논란 끝에 종부세는 세대별 합산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지고 부과 금액도 손질을 해야 했다. 부과대상도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9년 21만2618명으로 크게 줄었다.

그간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종부세 부담자가 시행 초기에 비해 크게 늘어나 자칫 참여정부 때보다 조세 부담이 늘어나는 이들이 크게 증가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점도 문제다. 종부세는 지난해 말 40만명에게 1조8181억원이 부과됐다. 인원으로만 보면 시행 초기에 비해 6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종부세는 누진세이기 때문에 그대로 둬도 주택 가격이 늘어나면 부담은 커진다. 여기에 세율까지 조정할 경우 부담이 배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