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 선물 5→10만원 환영, 그런데 이미 안지켜"

/삽화=김현정 디자이너

농축수산물 선물 금액 상한선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바뀐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에 시민들은 대체로 환영하면서도 일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청탁금지법상 소위 '3·5·10'(식사 3만원·선물 5만원·경조사비 10만원, 개정 전 기준) 규정 등이 이미 상당 부분 사문화된 탓에 선물 금액 상한선이 높아져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았다.


시중은행에서 근무하는 반모씨(41)는 법 개정을 반겼다. 반씨는 "법 개정 이전에는 저가 과일류나 참치·햄 선물세트 등을 고를 수밖에 없어 선물을 주면서도 미안했다"며 "선물 가액 상한선을 10만원으로 올린 것은 현실을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

서울 한 홍보대행사에 근무하는 이모씨(37)는 "청탁금지법 시행 초기에는 고객사 기업에서 민감하게 신경 써 기념품·명절 선물은 5만원 한도 내로 맞췄다"며 "하지만 현장에서 청탁금지법을 점점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중요한 고객사에는 5만원이 넘는 선물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선물 상한선이 높아져도 현재 상황과 특별히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충남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강모씨(54)도 "그동안 청탁금지법을 의식적으로 지키려 하지는 않았다"며 "법 시행 이후 굳이 챙기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에게는 아예 선물을 하지 않았고 예전부터 관계를 이어오던 사람들에게는 5만원 상한선과 상관없이 선물해왔다"고 말했다.

강씨는 "선물 가액이 10만원으로 오른 것은 반갑지만 그만큼 부담스러워진 것도 사실"이라며 "의무적인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마음에서 우러나 건네는 선물이라면 청탁금지법이 정한 상한선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 한 백화점에서 만난 전모씨(56·직장인)는 "선물을 많이 해야 하는 직군에 종사하는데 내가 봐도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며 "주변에서 (5만원 넘는) 선물을 하는 사람들은 그냥 다 하더라"고 밝혔다.

대형마트 판매원 정모씨(57)도 "청탁금지법이 한창 떠들썩하게 시행됐을 때도 10만원 이상 고가 선물을 사던 사람들은 여전히 고가 제품만 찾았다"고 말했다.

반면 교사들은 아예 선물을 받지 않는 분위기라서 이번 개정이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 한 초등학교 교사 강모씨(33)는 "일부 선물 가액 기준이 오른 것을 알지도 못했지만 알았어도 신경 쓸 일은 없다"며 "교사들은 이미 3000원짜리 커피든 300원짜리 초콜릿이든 단 하나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