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의원 의식? 정부, 엠바고 없이 가상통화 대책 발표

머니투데이

박상빈 기자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에서 둘째)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가상통화 취급업소 현장조사 결과 및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 관련 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브리핑 일정을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공지하지 못한 점 양해 바랍니다."

23일 오전 10시30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진행된 금융당국의 '가상통화 취급업소 현장조사 결과 및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 브리핑은 금융위원회 관계자의 이같은 발언으로 시작됐다.

금융당국은 보도계획에는 없던 브리핑을 1시간23분 전에 문자로 긴급하게 공지한 점, 보도자료를 미리 배포하지 않아 질의응답 등을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 점 등에 대해서 언론에 양해를 구했다.

정부는 보통 중요 발표의 경우 엠바고(보도시점 유예)를 설정하지만 이날 브리핑 일정은 예고없이 공지됐고, 보도자료는 발표 시작과 동시에 배포됐다.

최근 가상통화 대책과 관련해 정부내 혼선과 대책발표 시점 전후의 가상통화 가격 급등락 등이 정부의 발표 방식 변화에 영향을 줬다. 특히 최근 가상통화와 관련해 정부에 공세를 퍼붓는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을 의식한 결과였다.

하 의원은 지난 15일 정부가 가상통화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엠바고를 설정해 배포한 것을 두고 '엠바고 작전'이라며 비판했다. 하 의원은 정부가 가상통화 관련 정책 언론 보도자료를 배포하기에 앞서 오전 9시 가상통화 관련 엠바고 문자를 공지하고 20분 뒤 보도자료 전문을 공유한 데 이어 9시40분에 엠바고를 해제했는데, 전체 40분동안 가상화폐 시세가 4.9% 올랐다며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

국무조정실은 곧바로 하 의원의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이 사건 이후 가상통화 관련 정부의 첫 대책발표부터 하 의원을 신경 쓴 모습을 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