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재편나선' 호반, 대우건설 인수전 주목

호반건설 CI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 한다'

지난주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3,675원 0.00%) 지분 매각 본입찰에 참여했다는 소식을 접한 시장 관계자는 이렇게 촌평했다.

호남지역 기반 중견건설사인 호반건설이 업계 3위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현실화되면 업계 빅3 구도 재편뿐 아니라, 향후 대형사업 수주 경쟁에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금융권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KDB산업은행이 진행한 대우건설 지분 50.75%(2억1093만1209주) 매각 본입찰 결과 호반건설이 단수 후보로 참여했다. 예비 입찰에 참여한 중국계 투자사 엘리언홀딩스는 산은이 제시한 매각 최저 예정가격(약 1조56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매각은 국가계약법이 적용되지 않아 단수 후보 협상도 가능하고, 산은 내부 검토를 거친 후 오는 26일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계획이다.

당초 시장은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가능성을 낮게 봤다. 산은이 호반건설이 제안한 분할매각(지분 40% 우선 매수, 3년 뒤 10.75% 잔량 매수) 방식을 허용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산은이 유찰을 염두했다면 본입찰 단계에서 분할매각 제안을 거절했을 것"이라며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대우건설 본사 사옥 전경. /사진제공=뉴시스<br>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품는다면 업계 구도가 완전히 바뀐다. 대우건설이 2009년 이후 9년여 만에 새 주인을 찾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양사 시공능력 합산 규모는 10조7533억원으로 추산된다. 업계 13위였던 호반건설이 1위 삼성물산 (150,100원 ▼300 -0.20%)(16조5885억원), 2위 현대건설 (34,800원 ▲200 +0.58%)(13조7106억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빅3’ 대형건설사로 발돋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최종 인수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헐값 매각과 특혜 의혹이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대우건설을 서둘러 헐값에 팔아넘기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단독 응찰자인 호반건설은 분할매수를 역제안하는 등 석연치 않은 과정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인수자인 대우건설 내부 반발도 거세다. 노조를 중심으로 임금 등 처우가 이전보다 악화 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재무적투자자(FI)를 낀 호반건설이 인수 후 투자에 소극적일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호반건설은 신중한 입장이나 일부 억측에 대해선 반박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아직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되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회사 규모가 작고 인수 자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계열사 총자산은 7조원이 넘고, 대우건설 인수 자금을 마련할 현금성 자산도 충분하다"고 했다.


시공능력, 자산 규모로는 대우건설이 우위지만 실적과 자금 사정은 호반건설이 좋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호반건설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조3000억원대로 7000억원대인 대우건설의 2배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