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주 7명 중 1명, '한 동네 두 가게'로 영업 침해

공정거래위원회 세종청사

가맹점주 7명 중 1명은 가맹본부가 가게 인근에 직영점이나 다른 가맹점을 설치해 자신만의 영업지역이 침해당했다고 답했다. 이름값이 있는 편의점, 치킨집 등을 열었지만 동네에 같은 브랜드를 내건 가게가 생겨 손님이 겹친다는 얘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이 같은 내용의 '가맹거래 서면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6년 12월 가맹거래법이 서면실태조사 결과를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개정된 이후 첫 공표다. 이번 조사는 16개 업종 188개 가맹본부 및 이들과 거래하는 가맹점주 25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가맹점주 가운데 15.5%는 가맹본부의 영업지역 침해행위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1년 전과 비교해 12.0%포인트 감소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공정거래 관행이 있다고 한 가맹점주가 상당수였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주와 계약을 맺을 때 영업지역을 설정해줘야 한다. 일정한 거리·반경 안에서 같은 상호의 가게가 장사할 수 없도록 한 조치다.

다만 이들 가맹점주가 속한 가맹본부가 모두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하긴 이르다. 영업지역 밖에 다른 직영점·가맹점이 생겼더라도 가맹점주는 사업 기반이 중복된다고 여길 수 있어서다. 주관적 인식을 묻는 조사 방식 탓이다.


공정위는 상반기 내에 실제 영업지역을 침해한 가맹본부를 선별해 현장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법 위반행위가 확인된 가맹본부에겐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를 가할 계획이다.

가맹점주 중 5.6%는 가맹본부가 가맹점 단체 가입·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줬다고 했다. 집중 위생 검사, 계약 갱신 거절 등의 방식이다. 가맹점주는 가맹본부에 대응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가맹점 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가맹본부로부터 가게를 새로 꾸미라고 강요당한 가맹점주는 0.4%였다. 전년보다 0.1%포인트 감소했다. 점포환경 개선 실시 건수는 14.3% 증가한 1653건이었다. 자발적으로 점포를 개선한 가맹점주가 많았다는 의미다.

가맹본부에 가게 문을 일찍 닫거나 늦게 열겠다고 요청해 허용받은 편의점주는 97.7%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1%포인트 높아졌다. 가맹점주는 심야영업 시간대(오전 1~6시)에 이익이 적거나 질병 치료가 필요할 때 가맹본부에 영업시간 단축을 요구할 수 있다.

거래 관행이 전년보다 개선됐다고 답한 가맹점주 응답 비율은 2015년 61.5%에서 지난해 73.4%로 올랐다. 공정위는 최근 들어 불공정거래 관행이 시장에서 사실상 해소됐거나 대폭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점포환경 개선 강요금지, 영업지역 침해 금지, 영업시간 구속 금지, 가맹점 단체 가입 관련 불이익 제공금지 등에 대한 가맹점주 인지율이 평균 63.4%"라며 "가맹점주들의 제도 인지율을 한층 더 제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