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 남극세종기지, 극지강국 미래를 꿈꾼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23일(현지시간) 남극 킹조지섬에 위치한 남극세종과학기지를 방문해 기지 준공 30주년 기념식을 갖고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킹조지섬(남극)=민동훈 기자

"남극, 북극 등 극지는 대한민국의 미래이자 희망이다.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극지강국으로 도약이 필요하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23일(현지시간) 남극 킹조지섬에서 열린 남극세종과학기지 준공 30주년 기념행사에서 "대한민국 극지연구사에 길이남을 세종기지 30주년을 축하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이 과학영토 경제영토를 확장해 나가기 위해 필요한 최전방"이라며 "반드시 우리가 개척해야 하는 미지수의 개척 영역, 사명의 지역이라고 생각하고 이 자리에 왔다"고 강조했다. 남극과학기지에 현직 장관이 방문한 것은 기지 준공 당시 박긍식 과학기술처 장관 이후 30년만이다.

이날 기념식에는 김 장관을 비롯해 설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심재권 외교통일위원장,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 윤호일 극지연구소장 등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세종과학기지 대원들에게 영상 메시지를 보내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기후변화 예측과 생태계 연구, 미래 자원 개발을 위해서 헌신과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극지인 여러분께 감사와 격려의 인사를 드린다"며 "세종기지 준공 30주년을 계기로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를 가지고, 세종기지의 이름 그대로 대한민국은 물론 인류를 널리 이롭게 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학생·일반인 등 23명이 남긴 축하메시지도 전달됐다. 안영형(11) 군은 "지구 온난화 때문에 얼음이 녹으면 남극에 있는 펭귄들이 정말 슬플 것 같다"며 "남극 기지 대원들이 지구의 얼음들을 꼭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다큐멘터리 '남극의 눈물'을 연출한 김진만(47) PD는 "기지대원들이 협력하고 힘든상황에서 의지하고 버티는 모습이 황제펭귄의 허들링을 보는 것 같았다"며 "기회가 되면 꼭 다시 남극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왼쪽 3번째)이 23일(현지시간) 남극 킹조지섬에 위치한 '남극세종과학기지'의 준공 30주년 기념행사에 참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정인균 주칠레 대사, 설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심재권 외교통상위원장, 윤호일 극지연구소장,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

우리나라 극지 개척 역사는 올해로 40년에 달한다. 국립수산진흥원에서 1978년 남빙양에서 크릴 시험어획과 해양조사를 실시하면서 남극에 첫발을 내딛은 이후 1985년 한국해양소년단 주도로 구성된 '한국남극관측탐험단(단장 윤석순, 당시 한국해양소년단 총재)'이 최초로 남극관측탐험에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남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1986년 33번째 국가로 '남극조약'에 가입했다. 1987년 2월 남극에 기지를 건설한다는 방침을 결정하고 1988년 서울에서 1만7240km 떨어진 서남극 남셰틀랜드 군도 킹조지섬에 세종과학기지를 건립했다.


당초 세종과학기지는 13명의 적은 인원으로 문을 열었지만 지난 30년 간 월동연구대원 450여명과 3000여명의 연구자들이 이곳을 거쳐 가면서 명실공히 남극 연구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였다.

현재 제31차 월동 연구대 등 100여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세종과학기지를 거점으로 남극에서의 기후변화, 유용생물자원 조사 등 다양한 부문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세종과학기지 외에 2014년 테라노바만 인근에 설립된 장보고 기지까지 총 2곳의 기지를 운영하는 등 남극연구를 선도하는 국가 중 하나로 활약하고 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왼쪽 3번째)과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왼쪽 1번째), 설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왼쪽 2번째), 심재권 외교통상위원장 등이 23일(현지시간) 남극 킹조지섬에 위치한 남극세종과학기지를 방문해 2004년 순직한 전재규 대원 동상 앞에서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킹조지섬(남극)=민동훈

정부는 지난해 4월 수립된 '제3차 남극연구활동진흥 기본계획'에 따라 세종과학기지를 기반으로 전지구적 환경변화 예측 및 대응을 추진하고, 남극생물의 유전적 특성을 활용한 극지생명자원 실용화 등 융복합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윤호일 극지연구소장은 "최근에는 '코리안 루트'로 이름붙인 남극점을 향한 독자적 내륙진출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2500m 수심의 빙저호 탐사 등 새로운 연구 영역을 지속적으로 개척하고, 남극 관문지역 협력 거점 운영 활성화 및 국제협력 확대를 통한 남극연구 파트너십 강화 등에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장관은 이날 기념식에서 최초로 세종과학기지 월동대장을 역임했던 장순근 연구원 등 지난 30년간 극지연구 발전에 기여한 공로자들에게 표창을 수여했다. 행사 참석자들은 세종과학기지 준공 30년을 기념해 월동연구대 물품·사진·영상 등을 담은 '타임캡슐'을 기지 한켠에 묻었다. 타임캡슐은 기지준공 100주년이 되는 2088년에 개봉할 예정이며, 극지 개척정신을 미래세대에 계승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23일(현지시간) 남극 킹조지섬에 위치한 남극세종과학기지를 찾아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킹조지섬(남극)=민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