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ISIS 막기 위해 '이슬람 자치권 보장' 법안 속도

"마라위 포위 재발방지를 위해 BBL 제정이 시급하다"는 루비 사할리 필리핀의회 평화·화해·통합 위원회 대표. 사진은 2017년 10월 25일 마라위 포위가 끝난 뒤 찍힌 마라위의 모습. /AFPBBNews=뉴스1

필리핀 의회가 이슬람 자치권 보장 법안인 방사모로기본법(BBL) 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8일 필리핀 대통령 두테르테가 "무슬림이 당한 부당한 역사를 바로잡을 때"라며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민다나오에서 전쟁이 있을 것"이라고 의회에 발언한 이후다.

로이터에 따르면 당시 두테르테 대통령은 반란군이 일어나 남측에 독립세력을 세우면 이를 제어할 수 없다며 의회가 힘써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필리핀 의회는 방사모로법을 3월 중순까지 통과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알자지라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의회 측이 제정을 위해 무슬림 자치 연구보고서를 모으고 7개 마을에 공공협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사모로법은 2014년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과 전임대통령인 베니그노 아퀴노 정부가 평화 합의를 맺으면서 탄생했다. 합의 전에도 이슬람자치구역(ARMM)은 존재했지만 5개의 이슬람 구에 한정적인 자치권만 부여했다. 2014년 합의에서는 필리핀 정부가 새로 '방사모로 자치구'를 생성해 무슬림 자치권을 늘려줬고, 이에 이슬람 분리주의자들은 무기를 자진반납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와 모로이슬람해방전선 간 마찰이 이어지면서 방사모로법 제정은 계속 미뤄졌다. 지난 2015년에는 경찰이 모로이슬람해방전선 관할 지역에서 범죄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싸움이 일어나 경찰 30명이 숨져 여론이 악화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집권해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두테르테는 이슬람 신도가 많이 자리 잡은 필리핀 남쪽 민다나오 섬 출신으로, 대선 공약에서부터 방사모로법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작년 3월 방사모로이슬람자유전사단(BIFF)이 민다나오에 위치한 마라위 시를 포위하자 방사모로법 제정은 다시 미뤄졌다. BIFF는 정부와 평화 협상을 반대하며 모로이슬람해방전선에서 분리되어 나간 조직으로 ISIS(이슬람국가)를 추종하고 있다.


'마라위 포위'는 작년 10월에 끝났지만, 민다나오에는 BIFF 축출을 이유로 아직 계엄령이 선포된 상태며 2018년 말까지 유지될 예정이다.

현재 모로이슬람해방전선는 BIFF를 반대하며 필리핀 정부와 함께 BIFF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정부와 방사모로법을 통한 평화협상도 진행 중이다. 반면 BIFF는 지속적으로 정부와 교전을 유도하고 있다. 지난 1월 8일에도 50명의 BIFF 요원이 마긴다나오 주 한 마을을 습격해 최소 10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방사모로법을 관장하는 루비 사할리 필리핀의회 '평화·화해·통합 위원회' 대표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마라위 포위 재발방지를 위해 법 제정이 시급하다"며 "다만 방사모로법이 통과돼도 부패를 바로잡지 않고, 현재처럼 군부가 남측을 지배한다면 현행 이슬람자치구역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