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수사 방해' 남재준 혐의 부인 "내용 모른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사진=뉴스1

2012년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하경준 전 국정원 대변인 역시 공소사실 전체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24일 오전 10시 남 전 원장과 하 전 대변인의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남 전 원장 측은 "(공소사실에 나온) 당시 상황이나 구체적인 내용은 모른다"며 "수사 방행 행위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 전 대변인 측 역시 공소사실 전반에 대해 부인했다. 직접 재판에 출석한 하 전 대변인은 "대변인 직책으로 상황을 알기 위해 회의에 참여해 정보를 공유했을 뿐 실행에 관여한 적은 없다"며 "언론에 나온 것 이상으로는 알지 못한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게 뇌물로 상납한 혐의로 구속 중인 남 전 원장은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은 검찰의 공소사실 설명과 이에 대한 피고인 측의 입장 전달, 쟁점 정리 등 향후 재판 일정 계획 등을 정하는 절차다. 정식 공판은 아니기때문에 피고인이 출석해야 하는 의무는 없다.

남 전 원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댓글 공작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13년 4월에 검찰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가짜 사무실'을 만들고 가짜 서류 등을 배치하는 식으로 수사를 방해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당시 국정원은 남 전 원장 주도로 간부들로 구성된 '현안 TF(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검찰 수사에 대응했다. 남 전 원장은 원 전 원장의 국정원 댓글 공작 의혹 사건은 '국정원이 아닌 일부 직원의 개인적인 일탈로 벌어진 것'으로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도록 관련 증거 자료들을 삭제할 것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2013년 5월 원 전 원장의 전체 부서장 회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 제출을 요구받자 감찰실 직원들에게 선거개입 관련 발언을 삭제하도록 지시했다고 본다. 또 국정원 댓글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국정원 직원들이 거짓 증언을 하도록 미리 교육·지시한 혐의도 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 20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