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차량 강제 2부제, 지자체에 결정 떠넘기는 환경부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24일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기자실에서 올해 업무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 장관은 국정 최우선 목표인 국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국가 지속가능성 제고, 국민 체감 환경질 개선, 국민과 함께하는 환경정책, 환경산업 혁신성장'을 골자로 한 4대 과제를 설명했다. 2018.1.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돼 전국에 강제 차량 2부제를 시행한다면 좋을까? 잘 모르겠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올해 환경부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최근 논란이 된 의무 차량 2부제에 대해 한 발언이다. 그러면서 “각 지역마다 대기오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 말엔 환경부가 국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차량 2부제 의무화를 민간에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긴 하나 환경부 차원에서 추진하지 않고 지자체가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그러나 선뜻 하기엔 시민들의 반발이 클 수 있어 정부로선 부담이다. “강제 2부제는 논란이 있기 때문에 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공감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게 김 장관의 말이기도 하다.

김 장관은 “지방정부에게 권한을 이양해주는 쪽으로 미세먼지 특별법이나 대기환경법 제정을 추진할 것”이라도고 했다. 지자체의 여건과 상황에 맞는 제재와 인센티브를 줄테니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김 장관의 논리대로 국내 대기오염 요인만 따져 보면 지자체별로 약간씩 차이가 있다. 서울은 교통이, 인천과 경기도는 화력발전소와 산업단지 등이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그렇지만 정부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환경부는 지난해 2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도입할 당시 올해부터 민간 부분으로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먼저 밝혔다. 새 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9월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법률 개정을 추진해 내년부터 수도권·공공부문 중심에서 수도권 외 지역·민간부문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정말 할 의지가 있다면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피하면서 섬세하게 설계를 해야 한다. 차량 2부제 의무화도 영업용 차량을 제외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영업용은 아니지만 생업을 위해 장거리 출퇴근을 할 수도 있고, 아이들을 학교나 학원에 데려 오가기 위해 매일 차를 쓸 일도 있다. 집안에 거동한 불편한 환자가 있을 경우 통원을 위해 차를 써야 하는 일도 생긴다. 차를 한 대 더 살 수 있는 부자들보다 차를 더 살 여유가 없는 서민들이 낭패스런 일이 더 많을 수 있다. 미세먼지 잡으려다 서민만 잡을 수 있다. 그러므로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어 놓고 설득해야 한다.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 과태료를 매겨 따르게 하겠다는 발상만으론 진행하면 부작용을 감당할 수 없다.

부정적인 여론이 감지된다고 지자체에 결정을 맡기는 것은 정부가 취할 자세가 아니다. 책임 지고 일을 하라고 장관직을 맡긴 것이다. 정부와 장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성찰이 대책보다 우선 필요한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