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신규계좌 발급 제한"…기존계좌는 '프리미엄' 우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가운데)이 23일 가상통화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 중 금융부문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금융위원회

정부가 30일부터 가상통화 거래실명 시스템을 시행한다고 발표했지만 시중은행들은 가상통화 거래를 위한 신규계좌 발급에 조심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거래실명 시스템을 갖춘 6개 은행 중 3곳은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와 거래할 계획이 없고, 나머지 3개 은행도 신규계좌 발급은 아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와 투자자들을 이어주는 은행들이 발을 빼면서 신규 투자자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러자 30일 거래실명 시스템 도입 후 가상통화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려던 이들은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30일까지 기다리면 신규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직장인 A씨(32)는 "가상통화 논란이 커지면서 그동안 나름 공부도 하고 관심을 가져왔는데, 아예 투자할 기회를 차단해버려 황당하다"며 "각 은행의 결정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가상통화 거래를 고사시키려는 당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겠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기존 투자자들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달 중순부터 계속된 하락세에 시달려 온 기존 투자자들은 신규 자금 유입으로 인한 시장 활성화를 기대해왔다.

지난 17일 해외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1만 달러 밑으로 추락해 시장이 크게 출렁였지만 이날 신한은행, NH농협은행, 기업은행 등이 30일 가상계좌 실명확인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밝히자 추가 자금 유입을 기대한 저점 매수세가 살아나며 V자 반등이 일어나기도 했다.


반면 신규계좌 발급 중단으로 인해 기존 거래계좌가 일종의 '가상통화 거래 면허'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가상통화 거래가 가능한 계좌에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가상통화 투자자는 "가상통화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투자를 하려는 이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이미 계좌를 갖고 있는 이들은 일종의 '선택 받은 투자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계좌 보유자가 다른 이들의 돈을 맡아 투자해주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달 28일부터 신규계좌 발급이 중단되면서 가까운 지인에게 돈을 맡겨 투자를 부탁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불특정 다수의 돈을 모아 대신 운영해주는 유사수신행위도 일어난 것이란 우려도 나오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