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쓰레기와 전쟁에 나선 코카콜라, 맥도날드…"소비자가 원하니까"

바다에 버려진 비닐 봉지. /사진=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 코카콜라, 음료의 끝에서 환경 보호를 외치다

세계 200여 국에서 매일 19억 병의 음료를 파는 회사 코카콜라가 지난 19일 2030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플라스틱이든, 캔이든 자사의 모든 포장 용기를 100%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판매되는 용기의 50%를 재활용 재질로 사용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른바 ‘쓰레기 없는 세상’(World Without Waste) 프로젝트다.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CEO(최고경영자)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만약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방치한다면, 우리의 바다와 강이 점차 쓰레기로 가득 차 버릴 것"이라며 "마치 또 다른 지구가 남아 있는 것처럼 우리의 행성을 소모하고 있다"고 이번 결정의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코카콜라가 목표 달성을 위해 얼마나 많은 금액을 투자해야 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지난 8년간 코카콜라가 환경보호 캠페인과 음료 생산에 이용되는 수자원 보호를 위해 사용한 금액은 20억달러(약 2조1500억원)에 달한다. 코카콜라오 지난해 400억달러 조금 못 미치는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해 매출의 5%가량을 환경보호에 사용한 셈이다.

프랑스의 한 코카콜라 공장에서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출고되고 있는 콜라 음료. /AFPBBNews=뉴스1

# 맥도날드·유니레버·에비앙도 동참

환경보호를 위해 포장 용기 개선에 나선 건 코카콜라뿐이 아니다. 맥도날드는 최근 “소비자들이 포장 쓰레기 문제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며 2025년까지 모든 포장 용기를 재생이나 재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날드는 현재 전체 매장의 10%에서만 재활용 용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10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 소비자에게도 잘 알려진 프랑스 다논그룹의 생수 브랜드 에비앙도 2025년까지 모든 제품의 플라스틱 용기를 재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바꿀 계획이다. 다논은 지난해 3월 경쟁업체인 네슬레와 손잡고 톱밥과 골판지를 이용한 친환경 페트병(PET) 개발도 시작했다. 컴퓨터 제조업체 델은 2025년까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70t을 제품 포장에 사용하기로 하고, 시범사업으로 우선 7t가량의 해양 쓰레기로 만든 포장재가 첨부된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샴푸, 세제 등을 위한 플라스틱 용기를 매년 200만t씩 구매하는 생활용품 판매회사 유니레버, 미국의 식품업체 마즈와 펩시, 영국 의류회사 막스 앤드 스펜서 등이 코카콜라와 비슷한 환경보호 선언을 했다”고 전했다.

각국 정부도 기업들에 오염 물질 배출 최소화를 요구하고 있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2023년까지 자국 내 생산품의 플라스틱 포장을 완전히 퇴출할 계획이다. 영국은 지난 10일 25년에 걸쳐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2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도 203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 용기를 재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AFPBBNews=뉴스1

# 소비자가 환경 보호를 원한다

기업들이 플라스틱 등 쓰레기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유인하는 것은 소비자들이다. 환경을 파괴한다는 낙인은 기업 활동에 치명적으로 됐다. 미국 투자회사 번스타인의 알리 디바이 연구원은 "플라스틱 쓰레기와의 전쟁은 소비재 기업들에 하나의 마케팅 도구가 됐다"면서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 출생)가 특히 이들 회사의 목표"라고 말했다.

젊은 층의 환경에 대한 관심은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영국 보수성향의 싱크탱크 브라이트블루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18~28세 유권자가 가장 우선순위에 두는 주제다. 유고브(YouGov) 여론조사에서도 35세 이하 미국인의 59%가 그들의 생활습관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다고 대답했다. 55세 이상에서는 39%에 그쳤다.

에릭 솔하임 UNEP 사무총장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플라스틱 포장 용기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었다”면서도 “지금은 상전벽해가 됐다”고 말했다. 영국의 환경보호 단체 엘렌 맥아더 재단의 롭 옵스머 대표도 “회사들이 그린워시(실제로는 환경에 해로운 물질을 배출하면서도, 친환경 이미지를 광고로 포장하는 일) 전략을 쓰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코카콜라 같은 대기업들이 변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매년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상상 이상이다. 2015년 미국 조지아대 제나 잼벡 교수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0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약 2억7500만t으로 이 중 800만t이 바다로 흘러들었다. 2025년에는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양이 2800만t에 이를 전망이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을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인도가 차지한다.

퀸시 코카콜라 CEO는 “세계의 소비자들이 우리의 행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기업이 행동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